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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검찰발표

지난 3일 대검찰청 기자실은 아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자금에 대해 전면수사를 주문한 상태여서 어떤 식이든 검찰의 반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검찰은 “특별히 입장발표할 것이 없다”며 `연막작전`을 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김종빈 대검차장이 대검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였다. 김 차장은 식사가 끝나갈 무렵 “증거가 있는 불법 대선자금은 모두 수사하겠다”며 사실상 전면수사를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의 이날 발표는 여러가지로 모양새가 좋지 못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을 대검청사가 아닌 외부 식당에서 슬그머니 발표한 것은 자칫 검찰이 당당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 게다가 그 동안 공식입장 표명을 미뤄왔던 대검이 하필 대통령이 전면수사를 촉구한 다음날 수사확대를 발표한 것도 검찰이 다분히 청와대를 의식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런 정황 때문에 한나라당은 검찰의 대선자금 전면수사가 기획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발표시점이 대통령의 언급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검찰이 정치공세의 빌미를 공한 셈이 됐다. 검찰이 청와대의 눈치를 본다는 의심을 받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SK로부터 11억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 대통령이 재신임 선언을 하자 검찰은 이후 3일동안 일체의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공교롭게도 노 대통령이 재신임 선언 3일만에 “정경유착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내용의 국정연설을 한 뒤에야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지극히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과거 검찰은 권력의 핵심이 관련된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권력의 시녀`라는 국민의 비판을 받아왔다. 비록 송광수 총장 취임이후 검찰이 검찰독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식의 청와대 눈치보기가 계속되면 그 동안 검찰이 쏟아온 검찰독립에 대한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검찰이 진정 검찰독립을 원한다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소신껏 수사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오철수(사회부 차장)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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