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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금융사 지배구조 칼 빼든 당국] <3·끝> 정치금융 단절하려면

국민연금 등 대주주가 회장·사외이사 전횡 제동 걸어야<br>주총서 권리 행사·사외이사 파견 검토<br>실적 이사진 공동책임 문화 확립 필요<br>주총 안건 직상정 방안도 고민해봐야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140개 국정과제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항목이 들어가 있다. 대기업이 대상인데 독립성 강화를 전제로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국민연금이 주요 기업의 대주주에 올라 있는 만큼 이를 통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국민연금의 대주주로서의 역할강화는 금융권에서도 가능하다. 연금이 주요 금융지주의 1대 주주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사외이사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주주 이익에 반하는 일을 하거나 일부 경영진이 전횡을 하면 결국 대주주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소액주주들도 제 권리 찾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100% 믿고 맡길 수는 없다"며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권리행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주주가 나서야=정부 소유인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고 하나ㆍKBㆍ신한금융지주는 모두 국민연금이 1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지주 주식을 9.35%나 갖고 있다. KB(8.58%)와 신한(7.28%)에서도 제일 주주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연금 같은 주요 기관투자가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국민연금은 국민의 돈을 대신 운용하는 곳이다. 대리인 문제는 경영진에만 적용되는 것이지만 지금은 사외이사들까지 개념이 확대된 상태다. 사외이사들이 자신의 임기연장에만 신경을 쓰고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부분을 외면하는 상황인 탓이다.

이 때문에 대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들의 주총은 지금까지 이사회 결의를 추인해주는 형식절차에 불과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 그렇지만 다른 소액주주들은 금융지주사의 경영진이나 사외이사들을 견제하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금융지주사에 사외이사를 파견하는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정부가 민간 영역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있지만 금융은 사기업보다 공적인 역할이 크다. 신한금융은 지분 6.35%를 갖고 있는 BNP파리바가 사외이사 한 명을 채우고 있다. KB도 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던 ING 측에서 사외이사를 한 자리씩 맡아왔다. 박근혜 정부 차원에서도 국민연금이 대표소송제기권 같은 주주권을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에 한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행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소액주주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들이 나서더라도 금융의 성격을 감안해 지나치게 주주이익 극대화만 추구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견제 임무는 필요하지만 권한 남용을 하는 주체가 일부 사외이사나 최고경영진에 다른 대주주로 얼굴만 바뀌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는 실물경제 지원을 임무로 한다는 점에서 불황시에는 주주 이익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정부의 정책과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주주의 의견이 너무 반영되지 않고 있어 대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이사회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반대로 대주주의 이익만을 좇도록 구조를 바꿔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적절한 균형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사진 공동책임 묻는 문화 정립 필요=금융지주사 이사진의 공동책임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당장의 실적이나 인수합병(M&A) 추진에 따른 문제점을 지나치게 회장에게만 씌우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등기이사들은 주주 이익 부분을 가볍게 보는 사례가 생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금융지주 회장에게만 경영실패의 책임을 묻는 경향이 많다"며 "지주사 기준으로 보면 사내 등기이사와 사외이사, 은행장까지 공동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안에 따라서는 이사회에서 허용하지 않는 안건을 바로 주총에 상정할 수 있는 최후 수단을 만드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주총에서 논의가 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사회에서 주총 안건으로 확정이 돼야 한다. 이사회에서 안건 채택을 하지 않으면 주총장에는 가보지도 못한다.

금융지주사는 일반 대기업과 달리 명확한 주인이 없다. 사외이사들이나 최고경영진의 권한 남용도 이런 부분에서부터 시작한다. 지분이 뿔뿔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않더라도 대다수 주주들은 의견을 표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모든 사안에 대해 이런 방식을 적용할 수는 없지만 극히 제한적으로라도 견제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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