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29)과 필 미컬슨(45·미국)이 다음달 인천에서 열리는 골프대항전인 2015 프레지던츠컵에 나온다. 이들은 9일 발표된 와일드카드 격의 단장 추천선수로 각각 세계연합팀과 미국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프레지던츠컵 세계연합팀 닉 프라이스(짐바브웨) 단장은 프레지던츠컵(10월8∼11일·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에 출전할 단장 추천선수로 배상문과 스티븐 보디치(호주)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세계랭킹에 따라 자력으로 출전 자격을 얻은 10명을 포함해 세계연합팀 12명의 선수가 모두 확정됐다.
배상문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2014-2015시즌 프라이스닷컴 오픈 등 통산 2승을 올렸지만 세계랭킹(92위)을 기준으로 선발되는 10명에 뽑히지 못하고 프라이스 단장의 낙점을 받았다. 양 팀 단장은 12명의 대표선수 중 2명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배상문은 최경주·양용은·김경태에 이어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하는 역대 네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배상문의 발탁은 팀 전력과 대회 흥행을 모두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배상문은 이번 대회가 열리는 잭니클라우스GC에서 두 차례 우승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 2013년과 지난해 이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한동해 오픈을 연속으로 제패했다. 57위로 세계랭킹이 배상문보다 높은 안재형-자오즈민 부부 아들 안병훈(24)도 후보로 거론됐지만 프라이스 단장은 배상문의 경험과 안정감을 택했다. 1994년 대회 창설 이후 1승1무8패의 일방적 열세인 연합팀 단장의 필승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아시아 지역 최초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홈팬들의 관심도 고려했다. 프라이스 단장은 "최근 2주간 후보 6명을 놓고 최경주 수석 부단장 등과 논의를 거듭했다"면서 "배상문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고 또 우리 팀에 한국 팬들과 언론이 응원할 선수를 두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배상문은 e메일을 통해 "정말 행복하고 모국에서 경기하게 돼 기쁘다"면서 "지금 어려운 상황이지만 요즘 샷 감이 좋아진 만큼 팀 우승을 위해, 그리고 국민들께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이란 병역 문제를 뜻하는데 법적인 절차를 따르면 대회 출전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대를 연기하려다 병역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배상문은 관련 행정소송에서 패소했고 올 시즌 뒤 입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회 출전 차 귀국하는 배상문은 30일 이내에 지방병무청의 고발이 접수된 대구남부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배상문이 기한 내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에 나서는 게 절차지만 그럴 이유가 없어 출석 기간에 본인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배상문은 논란을 일으킨 뒤 출전하는 만큼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떠안게 됐다.
한편 이날 미국팀 제이 하스 단장은 추천선수로 미컬슨과 빌 하스를 선정했다. '왼손골퍼' 미컬슨은 처음으로 한국을 찾게 됐다. 메이저 5승을 포함해 PGA 투어 통산 42승을 거둔 미컬슨은 국내에도 팬이 많다. 올 시즌 우승 없이 톱10에 3차례 들었을 뿐이지만 누구보다 경험 많은 강력한 흥행카드다. 그는 11번째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개근하게 됐으며 미국-유럽 대항전인 라이더컵을 포함하면 21차례 연속으로 미국 대표팀에 뽑혔다. 빌 하스는 미국팀 내 랭킹 11위로 실력을 갖췄으나 제이 하스 단장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미국팀은 타이거 우즈의 출전이 불발됐지만 조던 스피스, 버바 왓슨, 리키 파울러 등에 미컬슨이 가세하면서 막강 진용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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