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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불구 「다닐맛 나는」 이색 직장들
입력1997-04-28 00:00:00
수정
1997.04.28 00:00:00
문주용 기자
◎“경기침체·불황 우리는 몰라요”/(주)동방우리사주 수천만원씩 이득/나래이통프로농구·시티폰 “동반호조”/(주)선경원절하 불구 올 31억 환차익/효성T&C초강력 타이어코드지 “성가”K그룹의 이모대리. 최근 일더하기 운동이 사내에 벌어지면서 귀가시간이 밤 10시를 넘기기 일쑤다. 최근 그의 아내가 뱉은 한마디는 충격이다. 『그래봤자 머슴인데…. 대충 눈치껏 일하지.』 정태수 한보총회장의 머슴논은 모든 직장인들의 자회상처럼 들린다. 요즘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원감축, 경비절감으로 직장인들에게 과거와 다른 사고와 직장생활을 강요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은 『회사 다닐 맛 안난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운다. 그렇지만 이런 회사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폭락한 여의도 벌판이지만 휘파람 소리가 끊긴 것은 아니다.
(주)동방 직원들은 승전가를 힘차게 부르고 있다. 사원인 김모씨는 2년전 1만8천8백원대에 산 우리사주 1천주가 최근 5만원대로 올라 무려 3천만원 이상의 차액을 남겼다. 안모과장도 주식을 처분, 수천만원을 남겨 최근 분양받은 아파트의 계약금과 중도금 일부를 냈다. 해상·육상운송업체인 이 회사는 정부의 부두운영회사제(TOC) 도입후 자사가 보유한 컨테이너야적장 등 부동산 가치를 높이 평가받으면서 주가가 폭등했는데 지난 4월1일자로 관련법 개정으로 우리사주의 현금화가 쉬워지자 이같은 현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 직원의 40% 정도가 우리사주를 갖고 있어 사무실마다 이런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나래이동통신 직원들은 근무하랴, 프로농구 응원다니랴 한창 바쁘다. 존재조차 미미하던 은행팀을 인수, 프로농구팀을 창단, 꼴지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한결같은 전망속에서도 나래농구팀은 최종 결승에 진출한 것. 기업입장에서는 자사운동팀의 대회성적이 좋아봤자 회사 이미지와 연결되지 않으면 별반 효과를 얻지 못한다. 하지만 나래의 경우 때마침 시티폰서비스가 실시되면서 회사 이미지가 크게 높아져 영업에 크게 보탬이 되고 있는 것. 이 회사 직원들은 『회사를 생각하는 직원들의 자세가 크게 달라졌고 사무실 분위기도 만점』이라며 『회사에 출근하는 맛이 꿀맛』이라고 말한다.
농구단 운영으로 젊은 층이 주고객인 시티폰 가입실적이 경쟁업체에 비해 두배 가까이 달하는 등 호조를 보이자 회사는 연말에 특별 보너스 지급을 검토해 직원들의 사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올해초 원화가 폭락, 기업마다 환차손에 몸살을 앓았지만 (주)선경은 오히려 올들어서도 앉아서 31억원의 환차익을 거뒀다. 종합상사는 성격상 외환 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는 회사지만 환차손 같은 영업외비용 등은 회사에 미치는 영향면에서 영업손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 회사 재무지원실은 지난 7월부터 사내선물환제도를 도입, 영업부서와 사내 외환거래를 하고 영업본부에서 넘어온 포지션을 외환시장에서 헤지하는 방법을 통해 이같은 환차익을 거두었다. 김천우 자금부장은 『올해초 환율이 불안할 때는 1백%로 헤징하고 최근 환율이 안정화되면서 70%정도로 낮췄다』고 밝혔다. 외환과 관련이 없는 부서도 이를 본보기로 삼고 힘을 내고 있다. 다른 부서의 한 직원은 『이는 그룹이 추진하는 SUPEX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라며 『각 부서마다 이런 사례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효성T&C는 요즘 비밀이 하나 생겼다. 기술력으로 미국기업을 누르고 새 바이어를 찾았는데 다른 수요처도 이 신병기를 요청할까봐 쉬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특수사의 일종인 DSP30으로 짠 고강력 타이어코드지를 개발, 한국타이어에 공급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타이어는 효성과 미국의 모기업 등 두개 회사에 경쟁을 붙였는데 효성이 미국업체보다 한단계 높은 기술력으로 보기좋게 「KO」시킨 것. 회사 고위 관계자는 『세계 최대타이어업체의 하나인 일본 브릿지스톤에 공급하는 타이어코드지의 수출량도 올들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즐거운 표정이다.<문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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