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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 등 야당에 앞서 14일 오는 4ㆍ11 총선 공약을 내놓았다. 규모도 야당의 절반에 가까운 89조원으로 줄였다. 야당의 총선 공약을 '퍼주기'라고 선제공격할 빌미를 만들어놓은 셈이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공약을 발표하며 "국민들이 거짓 공약에 여든, 야든 많이 속아오면서 분노해왔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처럼 생색내기인 '빌 공(空)자' 공약, 국민 공포로 돌아올 '무서울 공(恐)자' 공약은 하지 않겠다"며 야당을 겨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재원조달은 총 규모만 나왔을 뿐 증세 같은 민감한 대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신설 세목은 부자뿐 아니라 중산층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추가로 지원한다는 13조7,000억원은 기획재정부가 원칙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야당을 공격하는 데 몰두한 나머지 군데군데 허점이 보이고 있다.
◇증권거래세 신설, 투자자 반발 예상=새누리당의 공약 재원 방안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파생금융상품 증권거래세 신설이다. 지난 2009년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으며 현재 과세하지 않던 파생상품에 0.001%의 거래세를 매기는 내용이다.
새누리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세계 1위인 한국의 파생상품 거래량에 과세할 때가 됐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연간 2경8,000조원에 달하는 파생상품 거래규모를 따져보면 1년에 약 3,0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난다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업계는 물론 개미 투자자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양도차익과세 강화 역시 투자자의 저항이 예상되는 점은 마찬가지다. 재벌가 대주주의 과세 대상을 늘리는 내용이지만 개미 투자자들의 소액 투자에까지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세수 측면에서도 재벌가 대주주가 어떤 식으로든 과세 회피에 나섬으로써 원하는 세수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의 한 관계자는 "정교하게 법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세금을 걷지도 못하면서 욕만 먹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직장에 다니지 않고 고액의 자산을 가진 사람이 가족 내 직장가입자의 부양을 받아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던 편법을 고치고 고소득 자영업자를 파악해 연간 최고 5,000억원의 세수입을 늘리겠다는 방안은 우선순위에 올려야 할 내용으로 꼽힌다.
◇정부가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 지원=새누리당의 공약에 대해 곳간 열쇠를 쥔 재정부가 반대하는 대목도 있다. 새누리당은 실제 필요한 재원은 73조5,000억원이지만 중앙정부의 공약을 지자체가 감당하지 못할 것을 감안해 13조7,000억원의 여윳돈을 붙인 89조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재정부는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지방정부가 자체 사업에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중앙정부가 1년에 늘어나는 세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지방정부에 내려보내고 있는데 13조7,000억원을 추가로 줄 수는 없다"면서 "광역시에서 자치구에 재원을 배분하는 등의 법 개정이 해법이지만 이해관계에 얽혀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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