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와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 지난 1월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거대한 전환-새로운 모델의 형성'이라는 주제하에 '고장난 자본주의'에 대한 격론이 벌어졌다. 하지만 한계에 부닥친 자본주의 모델을 대신할 구체적인 대안 마련은 아직 요원하다. 현재의 위기는 단지 미국ㆍ유럽과 같은 선진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의 상호 연관성이 커짐에 따라 높은 성장을 구가해온 신흥시장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거센 '재정 건전화'요구에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2012년이 우리 기업들에 결코 만만치 않은 해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치열해지는 경쟁을 이겨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과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언스트앤영은 올해 다보스포럼 발표 보고서에서 세계화와 관련한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를 분석하고 기업에 있어 주요 도전과제와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에 좋은 조언이 될 것 같아 핵심 내용을 소개한다.
맞춤형 시장접근, 창의 인재 확보를
첫째, 우리 기업들이 마주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중국ㆍ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성공하기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경쟁 심화는 물론 물가상승, 내수부진, 선진시장 수출 감소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이제 신흥시장마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둘째, 하나의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모든 시장에 일괄 적용하는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과거에는 글로벌 차원에서 마련한 단일 모델을 여러 시장에 그대로 적용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각 시장별 맞춤형 접근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셋째, 규제ㆍ법규 등 진출 시장의 정책 변화 방향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인 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서 각국 정부는 여러 가지 정책적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를 따라잡고 대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다양성ㆍ전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확보 역시 기업의 주요 도전과제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과제를 극복해 신흥시장에서 경쟁자를 압도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나가기 위해 기업들은 과연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까.
첫째, 실행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생기업처럼 생각하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에서 과감히 탈피, 단기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혁신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 및 계획 수립은 공격적으로 하되 시행은 주도 면밀하게 해야 한다.
둘째, 변화의 시대에 따른 '운영의 복잡성'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특히 유연성 극대화를 위해 기존의 공급체계를 재검토하고 사업권역을 합리적으로 재조정,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ㆍ생산 거점을 각 시장별로 배치함으로써 고객과의 근접성을 높일 수 있다. 기존의 아웃소싱 방식을 재고하는 한편 니어소싱(near-sourcing)의 이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셋째, 정책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해해야 한다. 나아가 진출 시장 정책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조세당국과의 관계 강화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공급체계ㆍ사업권역도 재검토 필요
아울러 우수한 현지 인재를 확보함으로써 조직에 다양성과 창의성의 기운을 불어넣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세계화의 이점을 활용해 성공을 거두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앞으로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일부 후발 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와 같은 새로운 도전을 이겨내지 못하고 경쟁에서 더욱 뒤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대응전략을 마련한다면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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