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 기본노선 명백히 밝히고 국내외 지지 구해야
“애매한 입장보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 지 분명히 밝혀야”
튼튼한 한미동맹 기반으로 중국과도 전략적 관계 심화.
-외교적 기본노선 분명히 밝히고 국내외 지지 받아야
-남북관계 개선해야 주변국과의 관계에서도 힘 얻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열린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일 신(新)밀월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한편, 과거사 문제를 놓고 일본과 대립하는 듯한 중국은 지난주 반둥회의에서 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관계 개선 모색에 나섰다. 중국은 오는 9월 전승기념행사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초청해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간 고위급 교류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정치 및 경제 패권을 쥐기 위해 합종연횡 하는 가운데 북한까지 가세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동북아 외교 지형이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한국이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 기간 중 과거사에 대한 반성 언급이 전혀 나오지 않자 한국 외교 실패론까지 대두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지형이 바뀌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한미일 vs. 북중러’식 냉전 구도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 지정학적 위치를 감안하고 국익의 관점에서 실익을 따져 외교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외교 노선 천명하고 국내외 지지 받아야= 외교부 차관보를 역임한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은 “한반도가 처한 안보상황은 미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에 비해서 훨씬 복잡하고 미묘한 만큼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외교적인 기본노선을 국내외적으로 분명히 밝히고 지지를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외교의 최우선 순위는 한미동맹이 근간이 되어야 하며, 튼튼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도 전략적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이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오해를 받을 수 있으며 한미 신뢰관계에 손상이 온다면 외교적 재앙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한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고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미국이나 중국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상대방도 이를 파악해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고 줄 수 없는지,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새로운 돌파구 노려라=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이 출렁이는 가운데 한국이 외교적 고립 상태에 놓이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협력이 우선되어야 한중 협력이나 한미일 협력도 시너지 효과를 얻고 한국이 창조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주변국과의 외교, 안보, 경제 협력 등의 차원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6.15공동선언과 8.15 기념 공동행사 개최, 이산가족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논의할 고위급회담을 제안해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하면서 대화국면으로 이끄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심 의원도 “남북관계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우리 외교적 입지를 세우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동북아 정세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큰 틀에서 보고 우리가 어떻게든 북한을 끌어안으면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