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임응식 탄생 100주년 기념전<br>한국전쟁부터 명동 거리까지 사회현상·일상 꾸밈없이 표현<br>사진작가 박진영 개인전<br>日 지진 현장 직접 오가며 사람들·폐허가 된 풍경 담아
 | 임응식이 1971년에 촬영한 작품 '숏팬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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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응식의 1950년작 '피난 어린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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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영의 '사진의 길-아카이브 시리즈,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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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영의 '사진의 길-물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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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탄생에는 그림에 대한 모방과 사실의 기록이라는 굴레와도 같은 배경이 있다. 따라서 예술로서의 사진에는 표현과 기록, 이 양자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존재한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20세기의 작가 고(故) 임응식(1912~2001)과 마흔 살이 된 21세기의 작가 박진영의 작품에는 이 양면성이 공존해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서 기록한 진한 삶과 사람의 냄새가 배어 있다.
◇한국전쟁부터 명동거리까지=임응식은 20대였던 1930년대까지만 해도 당시 유행하던 회화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예술사진에 천착했다. 하지만 종군 사진가로 발탁돼 한국전쟁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면서 그는 사진의 사실적 기록성에 눈을 떴다.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로 꼽히는 그를 재조명한 '임응식-기록의 예술, 예술의 기록'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950년 서울 수복 이후 세상을 하직하기 전까지 작가는 50년간 명동 거리를 사진에 담았다. 그 시절 명동은 외제차 대신 말이 끄는 수레가 거리 곳곳을 누볐고, 한적한 도심에서 찾을 수 있는 오늘날의 흔적은 언덕 위의 명동성당뿐이다. 작가가 명동에서 만난 멋쟁이 여성들의 패션도 눈길을 끈다. 한복으로 한껏 멋을 낸 여성부터 커다란 선글라스에 나팔바지, 핫팬츠와 롱스커트 등 패션도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했다. 또 화가 김환기, 시인 서정주 등 임응식이 명동에서 친분을 나눈 문화계 인사들의 인물 사진도 전시된다. 한국 사진계에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사회현실과 일상 생활을 꾸밈없이 표현하는 리얼리즘 계열 '생활주의 사진'을 정착시킨 작가의 200여 작품을 볼 수 있다. 2월12일까지. (02)2188-6072
◇일본 지진 현장에서 건져낸 가족 앨범=일본인 아내와 도쿄에 살고 있는 사진작가 박진영은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사흘째 되던 날 극심한 차량정체와 통제된 도로를 뚫고 미야기현을 찾았다. 당시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바람에 날리던 주인 없는 사진들과 그 사진들을 수습해 물로 씻고 있던 생존자들의 모습이었다.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게 "지금 찾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한결같이 돌아온 답은 뜻밖에도 가족 앨범이었다고 한다.
강남구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개막한 박진영의 개인전 '사진의 길-미야기현에서 앨범을 줍다'는 지진 피해지역들을 수차례 오가면서 직접 카메라에 담은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다. 작가는 수년째 '사진의 길' 연작을 통해 디지털 카메라와 태블릿PC, 스마트폰의 시대에 사진 본연의 의미와 존재 가치를 모색하는 작업을 계속해왔고 이번 전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전시 작품에는 보도를 통해 접한 지진 피해 현장의 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피해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들과 폐허가 된 풍경들이 어우러져 사진기자들의 보도사진과 현지 주민들의 스냅 사진의 중간 지점쯤에서 당시의 상황을 담담하게 전한다. 전시는 3월13일까지. (02)544-7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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