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14일 'POSCO the Great(위대한 포스코)'를 외치며 포스코그룹의 새 수장에 오른 권오준(사진) 회장이 3년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1년 반 동안 권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에 1조2,400억원에 달하는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넘기고 포스코특수강은 세아그룹에 매각하는 등 비핵심 계열사와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시켰다. 또 자동차 강판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 주력하고 친환경·고효율 독자 철강기술인 파이넥스 기술 수출을 확대하는 등 철강 본원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점점 악화하고 있는 철강 시황과 지난 3월 이후 반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검찰 수사 등 주변 환경은 포스코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5월에는 자회사 대우인터내셔널과 갈등을 빚는 등 집안 단속이 안 돼 권 회장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기도 했다. 권 회장은 7월 고강도 쇄신안을 발표하며 강력한 구조조정과 윤리경영 확립 방침을 천명했다. 아울러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되던 퇴직 임직원이나 정치권의 외압으로 벗어나기 위해 100% 경쟁계약 원칙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권 회장의 남은 임기는 안팎의 위기 속에서 포스코의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 올릴지, 쇄신안에 담은 가치들을 얼마나 현실화할지에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 취임 이후 현재까지 포스코는 2조7,000억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비핵심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뒤 비핵심 계열사·자산 매각에 속도를 냈으며 사우디 PIF의 투자 유치를 통해 정점을 찍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포스코의 장기 기업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하며 합격점을 주기도 했다.
포스코 핵심 의제인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도 순항하고 있다. 포스코 고부가가치강인 월드프리미엄(WP)제품 점유율이 지난해 2·4분기 32.8%에서 37.7%로 증가했으며 이에 따른 포스코 본사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7.6%에서 9.2%로 뛰어올랐다.
고부가가치강의 주류를 이루는 자동차강판 판매를 늘리기 위해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제7 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CGL)을 짓고 있으며 CGL을 현재 10곳에서 2017년 13곳으로 늘려 자동차강판 생산량을 1,000만톤(지난해 850만톤)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중국 충칭과 인도 서부 등에 파이넥스 제철소 건설을 추진함으로써 기술 수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위대한 포스코'를 위한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포스코 창사 이래 대형 악재가 가장 많이 쏟아진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3월 포스코건설 등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시작으로 포스하이알, 포스코플랜텍 등 계열사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고 급기야 포스코는 지난 5월 14일 비상경영쇄신위를 발족해 전 계열사가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철강 공급과잉에 따라 각국 철강사 경쟁이 심화하고 무역분쟁이 격화하는 등 당분간 시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권 회장을 중심으로 최근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가 비공개 긴급회동을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권 회장은 지난 7월 15일 기업설명회(IR)에서 국내외 자회사 대폭 축소와 임원 경질, 윤리 경영 등을 골자로 한 쇄신안을 직접 발표하며 위기 돌파에 나선 가운데 현재는 쇄신안이 얼마나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집중되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권 회장은 최악의 시장 환경 속에 내부 혁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남은 임기가 결코 길지 않은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특단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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