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소업체들의 판매수수료를 낮춰주기로 약속한 대형 유통업체들이 실제로는 소액거래 업체들 중심으로만 수수료를 낮춰준 것으로 파악됐다. 수수료를 인하해주는 업체 수는 많지만 실제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판매수수료 인하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실질적인 판매 수수료 인하를 재차 촉구했다.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 중 하나인 이마트를 상대로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백화점ㆍ대형마트ㆍTV홈쇼핑 등 11개 대형 유통업체를 점검한 결과 판매수수료 인하 혜택이 거래규모가 작은 납품업체에 집중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ㆍ신세계ㆍ현대 등 백화점 빅3는 지난해 공정위와 합의한 대로 1,054개 납품업체의 수수료를 내렸지만 86%(907개)가 연간 거래액 10억원 미만이었고 1억원 미만도 16%(170개)나 됐다. 백화점 전체 수수료 인하 규모는 연간 185억6,000만원, 업체당 평균 수수료 인하금액은 1,760만원 정도에 그쳤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중소 납품업체들이 보통 50억원 정도 규모까지 백화점과 거래를 하는데 대부분의 수수료 인하 혜택은 10억원 미만의 거래를 하는 업체에만 쏠려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나 TV홈쇼핑도 백화점과 비슷한 방법으로 수수료를 내렸다. 대부분 거래 규모가 작은 업체들에 혜택을 집중한 것이다. 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은 업체 중 연간 거래액 10억원 미만인 소규모 업체는 94%(850개)에 달했다. TV홈쇼핑 역시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본 업체의 97%가 거래액 10억원을 넘지 못했다.
유통업체들은 또 정상가 판매 상품에 한해서만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할인 행사시에는 수수료율을 인하하지 않거나 인하하더라도 합의 인하폭보다 적게 인하하는 등의 편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판매 수수료를 합의안과 다르게 인하하는 사례가 핫라인을 통해 계속해서 제보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보다 실제적인 판매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한편 판매수수료 인하를 다른 비용 부담으로 전가하는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규제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지난 2일에는 다수의 제보가 접수된 이마트를 상대로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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