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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쌍용차 관리인에게 노조원들의 공장점거 파업이 기업가치 산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것을 권고한 것은 이번 사태의 조기 해결을 촉구하는 '압박용'으로 분석된다. 영향성 검토 후 실제로 기업가치 재조사를 실시해 청산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오면 쌍용차는 '청산'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그러나 쌍용차는 이미 그 전에 자금부족으로 파산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 기업가치 재평가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법원 재권고에 대해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7일 "법원의 재평가 의뢰는 47일째 계속되는 노조의 파업 등 올해 경영상황이 향후 현금 흐름과 기업 가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검토해보라는 것"이라며 "기업가치를 재산출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업가치 재평가에 앞서 실시하는 사전 단계인 셈이다. 회계법인의 검토 결과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되면 법원은 다시 기업가치 재산출을 의뢰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기존 결과를 뒤엎고 청산가치가 많은 것으로 산출될 수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5월 "쌍용차가 유지될 경우의 미래 수익을 따진 '계속기업가치'가 1조3,276억원으로 청산가치인 9,386억원보다 3,890억원이 더 많다"는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만일 재평가에서 청산가치가 높게 나온다면 법원이 '회생 폐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쌍용차가 회생계획안도 제출하지 못하고 파산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쌍용차 상황이 이런 일련의 절차를 밟을 정도로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기업가치 재조사는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회계법인이 법정관리 기업의 기업가치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한데 쌍용차는 당장 공장이 정상화돼 생산을 개시하지 않으면 재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파산을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유일 법정관리인은 "이런 상태로 이달을 넘기면 쌍용차는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법원이 영향 검토 의뢰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한 것은 노조의 파업 등 쌍용차 사태에 비로소 개입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장기 파업이 법률적으로도 당장 회사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법원이 경고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쌍용차는 긴급자금 수혈을 위해 안성연수원을 매각한다. 이와 관련, 이 관리인은 "매각 대금은 1,039억원 정도 나올 것이며 희망퇴직자 등에게 지급될 퇴직금 등에 우선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쌍용차의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문제가 해결돼야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현재 인수를 타진해오는 해외 및 국내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는 이날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해고자들의 공장점거 파업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 집회에는 쌍용차와 협력업체ㆍ대리점 등에 속한 직원들과 그 가족 등 1만명 가까이 참가한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노조원들이 파업을 풀고 가정으로 복귀할 것 ▦민주노총 등 외부세력은 공장점거 동참 등 개입행위를 중단할 것 ▦정부는 노조의 불법 점거행위에 대해 엄정히 법 집행을 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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