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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봉사할 기회를 달라"며 장기 표류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여야는 7일에도 수용 가능성이 극히 낮은 대안만 제시하면서 한 발짝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직권상정하자"고 야당에 전격 제안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전날 KBS∙MBC 등 공영방송 임원 임명요건 강화 등 더 강력한 3대 조건을 양보안으로 제시한 데 대한 맞불 성격이다.
민주당은 즉각 "검토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거부했다.
여야가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조정과 협의를 하기는커녕 불신의 골만 깊어지는 양상이어서 8일부터 열릴 3월 임시국회도 파행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됐다. 정부 마비 상황은 이에 따라 다음주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양당의 원내대표가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법률을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하도록 요청하자"고 민주당 측에 제안했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법률안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이나 전시ㆍ사변 등 국가비상사태,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 간 합의된 때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 측 원안 중 여야 간 합의에 실패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이관 부분만 원안대로 표결하고 나머지 합의된 사항은 수정법안을 만들어 표결하면 된다"며 "국회의원들 개개인의 양식을 믿고 민주주의 원칙대로 투표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에서 수정안부터 표결에 들어가고 안 되면 원안으로 넘어가면 된다"며 "그게 가장 민주적이고 빠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은 여당의 제안이 나오자마자 거부했다. 박 원내대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직권상정은 여야가 합의하기 전에는 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4일 박 대통령이 야당을 압박한 대국민담화에 대해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 얘기에 비유하며 거부했듯 오늘 여당의 제안도 도저히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도 이날 재차 여당을 향해 방통위 관련 개정안을 제외한 나머지 합의사항만 즉시표결에 부치는 '분리처리안'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당이 수차례 "새 정부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를 빼면 무의미하다"며 거부한 내용을 또 거론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가 이날 "직권상정을 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박 원내대표가 전날 애초에 수용이 불가한 공영방송 이사 추천시 (방통위) 재적위원 3분의2 찬성으로 의결, MBC 등 언론청문회 개최, 김재철 MBC 사장 사퇴 및 검찰조사 실시 등 3대 요구를 새로 제시하며 여론전에 나선 것이 도화선이 된 측면이 적지 않다.
여야가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싼 진지한 협상과 대화 대신 상대를 압박하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8일 새누리당이 단독소집한 3월 임시국회는 제대로 열리기 어렵게 됐다.
정치권은 강(强) 대 강의 여야 대치가 지속되면서 주말에도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낮게 관측해 정부가 제 기능을 못하는 식물정부 상태는 다음주에도 지속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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