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눈물 흘릴 때, 이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 당신을 위해 울고 있다." 이순(耳順)을 훌쩍 넘긴 소설가 최인호는 신작 에세이 '인연'에서 우리들의 인생과 인연을 이렇게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인생이라는 강을 건너게 한 것은 다름 아님 인연이라는 '징검다리'라는 게 저자의 깨달음이다. 이 책에 담긴 마흔세 편의 글을 통해 작가는 유년기부터 최근에 이르는 자신의 삶을 지탱해준 것은 일상의 곳곳에 박혀 있는 인연이었다고 고백한다. 인연이라고 해서 단지 사람과의 인연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마당의 나무에서 자라나는 꽃잎, 길에서 주워 온 난이 피워 올린 꽃망울, 수십 년 동안 입고 신어 온 옷과 신발 등 우리의 생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에서 최인호는 인연을 찾아낸다. 소설가도 나이를 먹는 탓인지 책장을 넘길수록 감성의 강도는 더해간다. 방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동무가 되어준 작은 돌멩이부터 일상에 함몰돼가는 나날 속에서 섬뜩한 생의 비의(悲意)를 깨닫게 해준 한 구절의 말씀, 그리고 계절과 생명의 위대함을 가르쳐준 꽃잎 한 장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감수성이 돋보인다. 사람과의 인연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낯선 곳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마치 수호천사처럼 다가와 도움을 주었던 낯 모르는 사람들도 삶을 더욱 따스하게 이어줬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우리는 모두 같은 몸을 지니고 있고, 인연이라는 고리를 통해 연결돼 있다는 것. 때로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고 어느 순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수작으로 한파(寒波)에 잔뜩 웅크린 요즘 짙은 향수와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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