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가 서울 용산구의 의협회관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초기에 정확한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못해 사태가 확산된 점을 감안해 30여명에 불과한 국내 역학전문가를 3배 이상인 100명 이상으로 늘리고 권한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은 "잘 훈련된 전문 역학조사관 수를 인구 50만명당 1명 이상인 100여명 이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역학조사관에게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내역, 휴대폰 위치나 신용카드 이용내역을 추적하고 병원의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할 수 있도록 법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스로 인해 많은 격리자가 나온 것을 감안할 때 환자와의 접촉자 관리에 대한 세부 지침을 개발해 예상 가능한 문제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천병철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는 "자가격리 대상자의 지침 순응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고 지침에 대한 교육훈련은 부재했다"며 "자가격리 수행자의 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해답도 명확하지 않았으며 자가격리자와 가족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이들에 대한 심리치료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재갑 의협 신종감염병대책 태스크포스팀 위원장은 "전염성이 큰 호흡기 감염병 환자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다양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규격화된 음압격리 병실 확충이 시급한 만큼 이에 대한 정부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또 "보호자 없는 병동을 확대하고 호흡기 관련 감염병의 1인 병실 입원료에 대한 보험적용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자 간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의 4~6인 다인실 중심인 병원 입원실을 1~2인실로 바꿀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인 173번째 환자(70)를 비롯한 2명의 환자가 추가로 사망해 메르스 사망자 수는 29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이 사망자는 지난 5일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뒤 22일 확진 판정시까지 무려 17일 동안이나 보건당국의 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은 173번째 환자가 강동성심병원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했던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강동성심병원에서의 확산 여부가 이번 메르스 사태의 진정 여부를 가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메르스 환자 수는 1명 더 늘어나 모두 180명으로 증가했다. 180번째 확진자(55)는 143번째 확진자(31)와 6월8~12일 부산 좋은강안병원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