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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아쉬운 유저 마인드


자동차ㆍ에어컨ㆍTV는 물론 정수기ㆍ아기용품ㆍ명품백 등 뭐든지 마음만 먹으면 대여할 수 있는 렌털산업이 국내에서도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한국렌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렌털 전문업체는 약 2만5,000개에 이르며 시장 규모도 지난 2006년 약 3조원에서 지난해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각종 렌털서비스는 주어진 물질적ㆍ환경적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며 효율적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고객의 니즈와 일치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수년간 지속됐던 국내외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물건을 '사실상 소유'하거나 소유에 연연하지 않고 렌털을 통해 초기에 목돈 부담 없이 소비 목적을 달성, 만족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는 좀처럼 줄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렌털시장 10조… 5년새 3배로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렌털 붐(Rental-boom)과 함께 유저 마인드(User-mind)도 키워 동시에 성장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에 목돈을 들이지 않아도 고가의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을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생긴 만큼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마인드가 뒷받침돼야 렌털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렌털산업은 유럽ㆍ미국 등 주로 선진국에서 먼저 호황을 누렸다. 2007년 만들어진 프랑스의 중고품 대여 사이트 '지록(zilok)'에는 일반 대형 유통업체보다 많은 약 18만종의 렌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인 품목은 물론 전기드릴ㆍ사다리 등 각종 공구는 물론 포클레인ㆍ포크리프트(지게차) 등 중장비도 저렴한 대여료를 받고 빌려준다. 미국에서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부엌을 빌려주고 그 곳에서 만든 음식을 포장해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에서 렌털산업이 발전하고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요인 중 중요한 한 가지는 그들의 마인드에서 비롯된다. 빌려서 사용하기 때문에 비록 내 것은 아니지만 내 것인 것처럼 사용하고 다음 사람을 위해 돌려준다는 유저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유저 마인드의 중요성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예로 카셰어링이 있다. 1987년 스위스에서 시작돼 유럽과 미국에서 상업화된 카셰어링은 차가 필요하지만 차를 살 돈이 없었던 사람들이 공동으로 구매, 지정된 주차장에 주차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이용하면서 시작됐다. 한 명에게 차량 소유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사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스템인 만큼 함께 사용하는 이들의 마인드가 중요했다. 한 명이라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차량을 함부로 사용하면 전체적인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 함께 사용' 인식 부족

필자는 렌터카 사업체 경영자로 지난해 6월부터 업계 최초로 모든 레저용 단기 렌터카 차량을 금연차로 운영하는 다소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운영한지 1년이 지난 지금 금연율이 100%에 이르지는 않지만 많은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가족단위ㆍ여성 운전자 고객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불만보다는 만족감이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렌털 붐에 맞는 유저 마인드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내 소유가 아닌, 빌려서 타는 렌터카에서조차 담배를 못 피운다는 것은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금연차 정책은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치려고 시행한 게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한다는 유저 마인드에서 비롯됐다.

소유하고 싶은 것에 대해 대여가 가능한 요즘, 향후 관련 산업이 더욱 발전하려면 내 스스로의 의식부터 점차 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사람이 이미 사용했던 것이 아닌, 내가 현재 필요한 것을 꼭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평생 동안 아주 짧은 시간만 사용하면 되는 사소한 것들에 대해 국내에서도 더욱 다양한 렌털서비스가 시작될지 모른다. 작지만 쉬운 인식의 변화가 렌털서비스의 본질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나라가 경제ㆍ문화ㆍ산업 부문에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이 시점에 우리의 마인드도 그에 맞게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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