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태는 정말 똑바로 잘 치죠."(이원준) "원준이 형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잘 통할 것입니다."(김경태) 아마추어 골프의 두 '괴물'이 다시 만났다. 지난 9월10일(이하 한국시간) 한국프로골프 삼성베네스트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접전 끝에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졌던 김경태(20ㆍ연세대2)와 호주교포 이원준(21)이 이번에는 한국과 호주 국가대표로 대결한다.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인근의 스텔렌보스에서 개막하는 세계아마추어골프팀선수권에서다. 피 말리는 승부 장면이 뇌리에 남아 맞수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둘은 사실 친하다. 25일 한국팀 숙소에서 만난 이들은 "국내외 대회에서 여러 차례 만났고 특히 삼성오픈 우승 다툼 이후 더욱 가까워졌다"고 했다. 둘은 체격부터 플레이 스타일까지 많이 다르다. 이원준은 192㎝ 93㎏의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340야드 장타가 일품. 175㎝ 68㎏인 김경태는 270야드 정도를 보낸 뒤 정교한 아이언 샷과 퍼팅으로 타수를 줄이는 스타일이다. 김경태는 "대회 때는 20야드 밖에 차이가 안 났지만 마음만 먹으면 350야드도 날리더라"며 "멀리 보낼수록 골프가 쉬워지니까 부럽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잘 통할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원준은 "경태는 볼을 정말 똑바로 보내고 아이언 샷이 무척 정확하다"고 화답했다. 비슷한 점도 적지 않다. 역대 최고의 코리안 아마추어라는 평가가 가장 큰 공통점. 프로 전향을 눈앞에 둔 점도 비슷하다. 이원준은 이번 대회를 마친 뒤 프로로 데뷔하고 11월에는 타이거 우즈가 출전하는 일본 던롭피닉스토너먼트에도 초청 받아 나간다. 오픈대회(포카리에너젠ㆍ삼성오픈) 우승으로 언제든 프로 턴이 가능한 김경태는 12월 도하 아시안게임 때까지 국가대표로 뛴 뒤 곧바로 프로가 된다.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마지막 대결인 셈이다. 큰 무대를 목표로 삼고 있는 점도 같다. 김경태는 "시기는 단정짓지 못하지만 일본투어에 진출해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미국 PGA투어에 도전할 생각"이고 이원준은 "아시안투어와 일본투어를 거친 뒤 퀄리파잉스쿨이나 2부투어를 통해 PGA투어로 갈 계획"이다. 이번 대회에 대해 이원준이 "호주도 강한 멤버들이 나왔다"고 하자 김경태가 "한국 자주 오고싶으면 살살 쳐라"고 농담을 던져 가벼운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곳에 온 일본 미디어도 이들에 관심이 많다. 김경태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아마추어선수권을 지난해와 올해 연속 제패했고 이원준도 세계적인 아마추어 강자로 일본 내에 이름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프로골프 무대를 흔들어놓을 '대형' 신인들의 등장.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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