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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하나 남은 적장

제2보(21~42)


주최측이 이 바둑을 베이징에서 열기로 한 것은 중국기원과 중국 바둑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감안한 것이었다. 중국기원의 임원들은 본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전폭적인 독려와 후원을 쏟아부었다. 이번에는 꼭 우승해야 한다고 중국선수들에게 협박에 가까운 노골적인 응원을 했다. 그 덕택이었는지 통합예선에서 중국팀은 16장의 티켓 가운데 10장을 거머쥐어 일찌감치 황사돌풍을 예고하게 했다. 본선1회전에 출전한 중국선수는 모두 14명. 이 가운데 9명이 1회전을 통과했는데 다시 9명 가운데 무려 6명이 8강전에 진출했고 준결승에도 3명이 올라갔다. 중국기원의 임원인 천쭈더(陳祖德), 녜웨이핑, 왕루난(王汝南) 등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야말로 우승컵을 반드시 움켜쥘 찬스라고 공개석상에서 거듭 강조했다. 중국의 신문들도 한껏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한국은 최강인 이창호와 유창혁과 이세돌이 모두 우리 중국 선수에게 패하여 쓰러졌다. 하나 남은 적장 조훈현은 나이 50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컨디션도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일주일 전에는 막내아들뻘인 송태곤에게 천원타이틀을 진상했다. 절호조인 왕레이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마샤오춘9단은 이렇게 장담했다. 국면은 일찌감치 난투의 양상이다. 백26이 조훈현 특유의 변칙 행마. 31의 자리에 뛰는 것이 제일감이지만 흑이 26의 자리에 지키면 우변의 흑진이 너무 완벽하게 완성된다고 보고 그것을 방해하고 본 것이다. 그러나 흑31을 얻어맞고 나니 상변쪽 백 4점은 거의 숨이 끊어진 것 같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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