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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쉽고 폭발력도 강하지만 탐지하기 어려워 여객기ㆍ열차 폭탄테러 등에 자주 사용되는 ‘액체폭탄’ TATP(triacetone triperoxide) 등을 쉽게 탐지할 수 있는 잉크 타입의 나노물질이 개발됐다. 사이언스 데일리에 따르면,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앨런 앱블렛(Allen Apblett) 박사팀은 최근 열린 미국 화학학회에서 미사일ㆍ항공기 부품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몰리브덴 화합물 나노입자를 포함한 ‘폭발물 감지 잉크’를 개발, 초기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만들기도, 폭발시키기도 쉽지만 액체음료 등으로 위장하면 기존 장비로 탐지하기 어려워 보안당국이 골머리를 썩어온 TATP 등 과산화물(peroxide) 폭발물 탐지가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다. 소독약 등으로 쓰이는 과산화수소와 아세톤 혼합물에 황산이나 염산을 넣어 만든 TATP 폭탄은 만들기 쉽고 충격ㆍ열에 매우 민감하고 쉽게 폭발한다. 폭발위력도 같은 중량 TNT의 80% 수준으로 강력하다. 지난 2001년 여객기 안에서 `신발폭탄' 기폭장치로 쓰였으며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발사건,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사건, 2009년 디트로이트행 여객기 폭발 기도 사건 등에도 사용됐다. 폭발물 감지 잉크의 핵심 물질인 몰리브덴 화합물 나노입자는 크기가 머리카락 굵기의 5만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분자 안에 퍼옥시(O-O-) 결합을 갖는 과산화물(peroxide) 폭발물을 감지하면 색깔(암청색→옅은 노랑 또는 투명), 전도성(금속성 전도체→비전도성 물질)이 바뀌기 때문에 옷ㆍ음식ㆍ음료 등에 숨긴 폭발물들을 감지해 낸다. 전자 센서로 사용하면 작은 방 안에 있는 두세 방울 정도의 TATP 증기(50ppm)를 30초 안에 식별해낼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다. 또 TATP나 HMTD(hexamethlene triperoxidediamine)를 이 잉크가 담긴 통에 담그면 중화돼 폭발력을 잃는다. HMTD는 폭발성능이 좀 떨어지지만 작은 충격ㆍ마찰이나 정전기로도 폭발하기 때문에 뇌관 등으로 이용된다. 소방관이나 폭발물 처리요원들이 액체폭탄이나 폭탄으로 의심되는 꾸러미에 이 잉크를 분사하면 색의 변화 여부로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다. 앱블렛 박사는 “이 물질을 군인ㆍ소방관 제복에 배지처럼 달거나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시험지 형태로 이용할 수 있고 센서를 공항ㆍ지하철ㆍ여객기에 설치하거나 장신구ㆍ휴대전화에 집어넣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물질을 상용화ㆍ판매하기 위해 엑스플로세이프(Xplosafe)란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미 국가과학재단과 테러예방연구소, 오클라호마 과학기술진흥센터, 오클라호마주립대로부터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앱블렛 박사는 “빠르면 1년 안에 폭발물 감지 잉크가 공항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폭발성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실험실의 안전사고 예방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플로세이프는 폭발물 감지 잉크를 알약 형태로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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