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환율 트레이더들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배팅하고 있다. 금리가 낮은 달러와 유로ㆍ엔 등 'G3' 통화를 빌려다 금리가 높고 자원이 많은 브라질과 호주와 뉴질랜드ㆍ남아공 등 이머징마켓 통화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가을 리먼브러더스 붕괴를 계기로 위축됐던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캐리 트레이드의 복귀는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과 세계 경제 회복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이 뚜렷하게 안정되기 시작한 3월20일부터 4월10일까지 'G3'통화를 차입, 이머징마켓 통화를 사들인 캐리트레이드 수익률이 8%로 지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고 분석했다.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무려 165%에 이른다. ABN암로가 추적하는 캐리 인덱스 역시 지난달 4% 상승, 200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를 들어 3개월 물 달러표시 리보(런던은행간금리)를 빌려다 금리가 11.25%인 브라질 헤알화에 투자할 경우 통화 가치가 불변이라면 연간 수익률은 9.38%에 이른다. 데일 토마스 인사이트 투자자문 환율수석은 "글로벌 경제는 지금 변곡점에 와 있다"며 "달러를 팔고 이머징마켓 통화를 사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표적인 위험 투자인 캐리 트레이드의 재개는 달러 가치의 고점과 뉴욕증시의 저점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 모드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월4일 달러인덱스(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는 89.62로 고점을 찍었고, 반면 이틀 뒤인 6일 뉴욕증시의 S&P 500은 666.79로 최저치로 밀렸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은 캐리 트레이드에 필수적인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우선 'G3'통화의 차입 비용이 크게 줄었다. 3개월 물 달러표시 리보(런던은행간 금리)는 이날 1.13%. 리먼발 금융위기가 폭발한 지난해 10월에는 4%를 넘었다. 리보 고시에 참여하는 12개 대형은행은 리보가 오는 6월까지 1.04%(평균)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투자 대상 통화가치도 뚜렷하게 안정되고 있다. 블럼버그통신은 "환율 변동성 지수는 피크를 이미 지났다"며 "JP모건이 추적하는 변동성 지수는 전고점인 지난해 10월24일 이후 6개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머징 통화 안정은 해당 국가의 경제를 밝게 보고 있다는 증거. 특히 투자 대상 통화가 브라질 헤알(11.25%)과 남아공 란드(9.5%) 등 고금리 통화 뿐만 아니라 자원부국 통화로 금리가 3%에 그친 호주 달러와 뉴질랜드 달러까지 선호하는 점은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24개 원자재 가격을 추적하는 S&P GCCI지수는 지난 2월 하락이 멈춘 데 이어 3월에는 6.6% 올랐다. 이 지수는 앞서 지난해 6월부터 올 1월까지 무려 61% 폭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캐리를 다시 생각할 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머징마켓 통화의 평가절하 리스크가 크게 줄었다"며 "이머징 통화 가치가 제자리 걸음만해도 캐리 트레이드는 매력적이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위험자산투자의 일종인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경계시각도 적지 않다. 루미스 세이리스의 데이비드 롤리 글로벌 채권투자 수석은 "캐리트레이드가 재개되고 있긴 하지만 최근 수익률이 지속될 지 확신하지 못한다"며 "아직은 모멘텀의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진행 중이고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완전히 떨쳐 버리지 못하는 탓이다. 멜론캐피털 자산운용의 조나단 시옹 부회장도 "불확실성 때문에 캐리 트레이드의 비중은 아주 미미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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