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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0대 코스탐방기] '휴양과 골프' 최고의 걸작, 페블비치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CJ그룹의 ‘온리 원(Only One)’ 정신이 철저하게 투영된 골프장이 바로 나인브릿지다. 처음 나인브릿지를 조성하면서 이 정신을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 차별화 요소가 필요했다. 골프와 숙박, 항공을 하나로 묶은 원스톱서비스가 그것이다. 그린에만 사용하던 벤트그라스를 페어웨이에 식재한 것도 국내 최초의 시도였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만류가 뒤따랐다. 그도 그럴 것이 고급 품종인 벤트그라스는 관리상 어려움은 물론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이 하지 못하는 걸 해내는 것이야말로 차별화의 기본이 아니던가. 막상 이렇게 결정은 했지만 실제로 벤트그라스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리조트의 원형’ 페블비치 뜻이 있으니 길을 찾아 나섰다. 2001년 11월 미국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의 첫 방문은 이런 목적에서 이뤄졌다. 휴양의 개념이 가미된 제주도 골프장의 특성상 리조트의 원형을 배우기에 페블비치만한 곳이 없었다. 먼저 오하이오의 글렌무어와 파이어스톤을 방문해 페어웨이 벤트그라스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 이어 샌디에고의 라코스타 리조트를 찾아 골프와 접목된 스파도 체험했다. 그곳 컨시어지(Concierge)가 착용한 니코보코 타입(7부 바지에 양말을 올려 신는 스타일)의 복장이 눈길을 끌었다. 이때 경험한 스파와 컨시어지 패션은 이후 나인브릿지에 적용하는 모태가 됐다. 페블비치에 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차를 빌려 2시간30분을 달렸다. 칠흑 같은 밤에 도착했다. 여장을 풀고 나가니 해안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이들의 흥겨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피부색은 달라도 금새 동화됐다. 흰 포말의 파도를 보며 ‘이런 별천지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스파이글라스 힐에서 외국인과 조인해 라운드를 했다. 영어 실력이 변변치 않아 제대로 대화도 나누지 못한 채 플레이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수박 겉핥기 식 첫 방문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2005년 10일 간의 휴가를 빌어 다시 페블비치를 방문했다. 그 사이 영어도 웬만큼 늘어서 이번엔 주변 골프장까지 모두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페블비치는 세계 최고의 휴양지다.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신과 인간의 합작품이라 할 만하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와 쌍벽을 이루는 퍼블릭 코스가 바로 페블비치 골프링크스다. 1919년 2월에 개장한 이 곳은 잭 내빌과 도그라스 그랜트가 설계를 맡았다. 페블비치는 몬트레이 반도에 자리한다. 미 서부 해안가인 몬트레이는 5개의 게이트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게이트마다 자치경비대가 있어 차량 1대당 9.5불을 지불해야 진입이 허가된다. 4,500여 명의 인구에 해양성 기후인 이곳은 연평균 15~20도로 매우 좋은 날씨를 보인다. 소나무가 울창하지만 밤 안개비가 잦아 뿌리가 깊지 않은 탓에 강풍이 불면 자주 쓰러지기도 한다. 페블비치 링크스의 역사 잭 니클로스는 “죽기 전에 라운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페블비치에 가고 싶다”는 말로 페블비치 링크스를 최고의 코스로 꼽았다. 서부영화의 주인공으로 명성을 떨친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지금은 ‘황야의 총싸움’ 대신 꽃바람이 부는 이곳 페블비치에서 자주 라운드를 즐긴다고 한다. ‘산’을 의미하는 스페인어 ‘델몬트’라는 호텔이 188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200km 떨어진 이곳에 지어졌다. 태평양 해안절벽 위에 통나무식으로 지어진 델몬트에는 훌륭한 풍광 덕에 명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모스 부호 발명가인 S. 모스의 손자인 예일대 출신의 새뮤얼 모스가 마차를 타고 이곳을 지나다 골프장 건설을 꿈꾸게 됐다. 그는 친구와 4,000에이커의 부지를 매입해 골프장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병으로 경제력을 상실해 어려움을 겪던 그는 윌리엄 크로크라는 재력가를 만나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골프장 조성을 재개할 수 있었다. 당시 아마추어 챔피언이었던 잭 내빌에게 설계와 시공을 맡겨 비로소 완공에 이른다. 페블비치 최초의 프로대회는 1926년 상금 5,000달러를 걸고 열렸던 몬트레이 페닌슐라 오픈이었다. 1929년엔 US 아마추어 대회가 열려 바비 존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1961년 US 아마추어에서는 잭 니클로스가 우승컵을 가져갔고, 1972년 이곳에서 열린 US오픈에서도 잭 니클로스가 정상에 올랐다. 1982, 1992, 2000년 모두 네 차례나 US오픈을 개최했다. 특히 2000년 대회에서는 타이거 우즈가 15타 차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내년 6월 US오픈도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잭 내빌이 설계한 페블비치 링크스는 해안을 최대한 활용해 홀을 조성했다. 내륙에 자리한 1, 2번홀과 더불어 바다를 향한 3번홀 등 대부분의 홀이 해안선을 따라 배치되어 태평양을 바라보는 반도 모양의 8자형 레이아웃을 유지하고 있다. 9번홀을 지나도 클럽하우스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플레이를 해야 하는 점도 특이하다. 휴양과 비즈니스의 절묘한 조화 어느 한 곳 아름답지 않은 홀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8번홀(파4)은 압권이다. 우측 도그렉홀로 오른편이 바다와 접해 있는 이 홀은 장타를 날리면 볼이 태평양에 빠지기 십상이다. 랜딩존이 절벽 위에 위치에 난이도가 매우 높지만 경치가 특히 아름다워 니클로스가 가장 좋아하는 홀이기도 하다. 파3 7번홀은 100야드로 짧은 편이지만 가장 많은 카메라 플레시를 받을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태평양을 향해 샷을 날리는 티박스 뒤로는 거센 파도가 으르렁댄다. 서쪽에 자리한 17번홀(파3)도 빼놓을 수 없다. 180~210야드에 그린이 좁고 티샷지점과 45도 틀어져 있으며 다양한 핀 위치와 거센 바람으로 난이도가 매우 높다. 해안가에서 낮잠을 즐기는 물개를 보고 있자니 10일의 휴가가 너무 짧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곳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세계 최고의 퍼블릭 코스답게 예약은 어렵기 그지 없다. 5년 전 방문 때 450달러였던 그린피가 지금은 495달러라고 한다. 하지만 호텔숙박을 하지 않으면 티타임을 얻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호텔식당엔 사람들로 넘쳐난다. 기다리는 이들이 많아 삐삐를 나눠주고, 자리가 나면 이를 통해 알려줄 정도로 식사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쉽지 않았다. 페블비치는 리조트와 연계된 영업정책이 돋보인다. 자동차전시회를 비롯해 유명 성악가 초청행사, 프로암 대회 등 연간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휴양과 비즈니스를 절묘하고 조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호텔 룸에는 바늘과 실, 다리미를 구비하고 침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등 세심한 손길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리조트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이들은 이곳을 교과서로 삼을 만하다. 필자는 지난해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으로 위촉돼 올해 첫 코스평가를 진행했다. 페블비치 링크스를 4~10위 카테고리에 올려 채점했는데, 실제로 얼마 전 발표된 순위에서 페블비치가 7위에 랭크됐다. 역시 훌륭한 작품을 보는 눈은 비슷한 것 같다. 신이 내린 최고의 휴양지에 인간이 조성한 최고의 골프코스. 페블비치는 이런 찬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다. *필자인 김운용 클럽나인브릿지 대표이사는 골프에 대한 지식 및 기여도, 세계 100대 코스 중 50곳 이상의 라운드 경험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채우고 지난해 10월 한국인 최초로 골프매거진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으로 위촉됐으며, 본지 한국 10대 코스 선정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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