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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리플 크라운
입력2007-04-08 16:21:40
수정
2007.04.08 16:21:40
지난 2002 월드컵 이후 우리의 축구스타가 프리미어리그 등 세계 최고 축구클럽에 속속 진출해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그중 한국의 프리미어리거 1호인 박지성 선수가 소속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올해 ‘트리플크라운’에 도전하고 있어 축구팬들 사이에 관심이 매우 높다.
유럽축구에서 트리플크라운은 자국 리그와 축구협회(FA)컵,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한 시즌에 석권하는 것을 말한다. 150여년의 유럽축구 역사 속에서도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클럽은 지금까지 5개 팀에 불과하다. 더구나 축구 종주국인 영국의 경우에는 맨유가 99년에 이룩한 것이 유일하다. 그만큼 트리플크라운은 그 분야에서 전입미답(前入未踏)의 경지를 개척하는 것과 같은 초유의 사건으로 충분한 관심의 대상이다.
며칠 전 대구가 오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로 최종 선정됐다. 한국은 이로써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으로 불리는 하계올림픽ㆍ월드컵축구와 세계육상대회를 모두 개최한 일곱번째 트리플크라운 국가로 우뚝 서게 됐다. 2014년의 인천아시안게임과 얼마 전 실사를 마친 평창동계올림픽까지 유치하게 되면 이탈리아ㆍ일본ㆍ독일ㆍ프랑스에 이어 내로라하는 국제 스포츠 제전을 모두 개최한 5번째 나라가 된다고 한다.
“잘 치러보자”며 전국민이 똘똘 뭉친 88년 서울올림픽과, “대~한민국”을 외치며 승리에 대한 하나 된 염원 속에 4강신화를 달성한 2002년 월드컵에서 보여줬던 우리 국민의 일체감이 이뤄낸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 17살 동갑내기인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와 수영의 박태환 선수가 보여준 활약은 선수 개인의 영광을 넘어 우리 스포츠의 글로벌화를 실감하게 한다.
스포츠에 있어서의 이러한 쾌거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우리나라 산업기술계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공계 기피’라는 단어로 함축되고 있는 우리 산업기술계의 현실은 척박하다. 많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이공계 출신이고 고위공직자 중에도 이공계 출신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인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매우 낮다. 기술인 스스로도 자신들의 처지에 크게 만족해 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는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많은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이기도 했다. 일류대 공과대학 일부 학과의 합격선은 의대보다도 높았고 공대 다니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공계는 기피의 대상이 됐고 급기야 최근에는 일류 공대 수석졸업자가 의대 진학으로 진로를 바꾸는 사건마저 있었다. 그동안 우수 인재의 이공계 진출을 책임져야 할 대학과 기업과 정부가 상호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제 역할 다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이에 산업자원부와 산업기술재단은 지난해 말에 공과대학 혁신전략을 수립, 기술인재 양성의 3대 축인 산ㆍ학ㆍ관을 상호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 혁신, 정책 혁신, 산업계의 역할 강화라는 3대 혁신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을 추진함으로써 기술인재의 양성과 기술 강국 실현의 초석을 다지고자 하는 것이다.
대학에 대한 산업계의 적극적인 교육 수요 제시 등 대학의 능동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 공과대학의 산업기여도 평가도 실시할 예정이다. 대학 스스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정책과 공학 교육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패키지형 지원 방식 등 제도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우리나라 고유의 산ㆍ학 협력 모델인 ‘가족회사제’는 더욱 발전시켜 대학과 기업의 맞춤형 교육 시스템이 속히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학교육인증제도의 도입과 확산으로 공학 교육의 국제화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 있는 공과대학,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일류기업,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겸비한 정책이라는 ‘산업기술 트리플크라운’이 달성된다면 대한민국의 ‘스포츠 트리플크라운’은 더욱더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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