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난 2년간 추진해왔던 기업문화 변신과 신규사업 투자가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입니다.” 올해로 웅진코웨이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3년째를 맞는 문무경(43) 사장의 새해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취임 첫해에는 정체돼 있던 기업문화에 활력과 창의성을 불어넣어 체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고 이듬해에는 정수기 중심의 환경기업에서 종합환경ㆍ건강회사로 탈바꿈하는 데 매진했다”면서 “올해는 그동안의 노력이 실적으로 평가받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를 ‘기술력 강화의 해’로 규정했다”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두위치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다른 회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수기ㆍ공기청정기 등을 생산ㆍ판매하는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극심한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 3,100억원을 올려 지난 2003년 보다 18%가량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03년의 330억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측은 올해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서도 매출은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4,100억원, 경상이익은 70% 성장한 410억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공기청정기 성능 파문 등으로 공기청정기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올해 대부분의 환경가전업체들이 보수적으로 경영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문 사장은 이에 대해 “웅진코웨이의 축적된 기술력과 창의성이 반영된 획기적인 정수기ㆍ공기청정기ㆍ연수기 등의 신제품을 올해 잇따라 선보일 것이며 지난해 기술개발에 전력투구했던 밥솥도 올해 5~6개 정도의 신상품이 출시될 것”이라면서 “특히 ‘쿠첸’브랜드로 선보이는 밥솥ㆍ주방용품 등의 생활가전 부문에서 올해 600억원가량의 신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른 회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획기적인 신상품의 첫 작품이 바로 최근 선보인 ‘웰빙수기’인데 이 제품은 기존의 정수기능은 물론, 최근 ‘웰빙’바람이 불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온수도 생성해내는 제품으로 올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문 사장이 중점을 두고 추진할 부문은 바로 기술개발. 지난 2년간 노력했던 기업문화 변신과 창의성 개발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해줄 기술력이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는 이를 위해 지난해 석박사급 신입연구원 50여명을 새로 충원했고 올해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을 지난해 170억원의 2배인 340억원을 투입한다. 엔지니어 출신인 문 사장의 기술에 대한 욕심은 대단하다. 그는 “현재 웅진코웨이의 기술력은 절대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환경ㆍ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여기에 창의성을 더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야 종합 환경ㆍ건강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수기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일부에서 그런 시각이 있지만 정수기가 가정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회사ㆍ식당ㆍ찜질방 등 정수기가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해외시장 진출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 미국ㆍ동남아ㆍ유럽 지역에 주요 거점을 마련하고 각 지역별 특성에 따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웅진코웨이는 최근 미국에 1,100만달러 규모의 OEM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동남아 지역에는 최근 태국에 방문판매망 구축을 완료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말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웅진코웨이개발과의 합병에 대해서 문 사장은 “합병을 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 단계지만 (합병에 대해)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합병을 전제로 구체적인 사안들을 협의 중임을 시사했다. 양사간 합병은 불필요한 중복투자 등을 줄일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 때문에 수년 전부터 여의도 증권가에서 오르내리던 ‘설’이었다. 하지만 웅진코웨이는 개발 및 생산을, 웅진코웨이개발은 판매를 전담하는 방식의 기존 체제가 갖고 있는 장점도 있어 구체화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2003년 웅진코웨이가 웅진코웨이개발의 방문판매망을 인수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개발ㆍ생산과 판매를 양분해온 양사간 역할배분 경계가 모호해졌고 중복투자 등으로 인해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양사간 합병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는 합병시기, 합병시 지분비율, 중복사업 교통정리, 경영권 등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사장은 “그동안 지금처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합병을 검토한 적은 없었다”면서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합병을 검토할 것이며 조만간 공시를 통해 구체적인 일정을 발표할 棨굼繭箚?밝혔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직원들과 함께 하는 실무형 문무경 사장은 직원을 중시하는 실무형 경영자다. 그는 평소 일주일에 2~3회 정도 저녁시간에 임직원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즐긴다. 직원들과의 거리를 없애 자유로운 의사개진이 가능하도록 해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대표이사와 임직원이 비전을 공유함으로써 임직원이 하나로 뭉치는 효과도 있다. 덕분(?)에 문 사장은 얼마 전 의사로부터 삼겹살과 소주를 자제하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직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문 사장의 직원 중심 경영은 월례조회ㆍ임원회의 등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웅진코웨이의 월례조회는 매달 각 부문 임원들이 돌아가면서 진행한다. 문 사장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는 각 분기에 한번 정도에 불과하다. 각 임원들에게 '예비 대표이사'로서의 자질을 길러주고, 평가하기 위함이다. 또한 임원회의에는 항상 팀장급 혹은 실무자들을 동석하게 한다. 중간ㆍ하위관리자에게 상급관리자가 되고 싶다는 의욕을 북돋아주고 어느날 갑자기 그 자리에 올랐을 때 어려움 없이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직원 중심의 경영철학은 문 사장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40대 초반이었던 지난 2003년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장에서 웅진코웨이 대표로 파격 승진했다. 너무 파격적인 승진으로 문 대표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그는 대표이사로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직원들 속에서 찾았다. 자신을 낮추고 임직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발견했고 전임직원이 공유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다.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른바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하지만 그는 일반적인 엔지니어 출신 CEO와는 달리 기술력과 마케팅력의 조화를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문 사장은 "기술력과 마케팅은 마차의 바퀴처럼 함께 가야 한다"면서 "웅진코웨이가 일할 맛 나는 일터가 되고 최고의 건강ㆍ환경기업으로 인정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약력 ▦62년 서울 출생 ▦85년 한양대 산업공학과 졸업 ▦85년 대우전자 입사 ▦99년 대우전자 모니터사업 기획팀장 ▦2000년 웅진코웨이 입사(경영기획실장) ▦2001년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장 ▦2003년 웅진코웨이 대표이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