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과 먹튀로 얼룩진 홈플러스 매각 작업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며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4일 본입찰에 국내외 사모펀드(PEF) 3곳만 나선 가운데 국민연금을 등에 업은 MBK파트너스가 우선인수협상자로 내정됐다는 설(說)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국 140개 홈플러스 직원 2만여명이 강력 반발하고 시민단체까지 비판에 가세해 사회 문제로 대두될 기미가 보이자 국민연금의 눈치 보기가 극심해지는 형국이다. 더욱이 국세청이 나서 또 다른 인수 후보인 어피너티·KKR 컨소시엄의 세금 탈루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모펀드의 대형마트 인수가 야당의 경제민주화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우려가 여당 내에서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를 소유한 영국 테스코가 한국 임직원들의 의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매각 전 1조3,000억원 규모의 배당까지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어서 홈플러스 매각은 국회 국정감사와 내년 총선 등을 앞둔 상황에서 불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홈플러스 지분 100%를 보유한 테스코는 매각 본입찰을 실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우선협상자 선정을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 매각 본입찰에는 국민연금의 대대적 지원을 받기로 한 MBK파트너스와 해외 PEF인 어피너티·KKR 연합과 칼라일그룹 등 세 곳이 참여했다. 이들 모두 7조 5,000억원 안팎의 가격을 써냈지만 테스코가 매각 전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계획하고 있어 실제 인수가는 6조원선으로 떨어지게 된다. 테스코는 세금 등을 제외하면 실제 챙길 수 있는 돈이 5조원 안팎으로 줄 수 있어 저울질을 하다 근소하게 많은 가격을 제시한 MBK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하려 했지만 외국계 기업의 먹튀 논란이 거세지자 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물론 전국 2만여 직원들이 테스코의 1조원대 배당에 이은 매각에 대해 전형적인 '먹튀'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홈플러스 경영진조차 배당 계획에 대해 강력 반대한다는 입장을 테스코 본사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세금 등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돈만 챙기고 보겠다는 테스코의 행태가 사회적 반발에는 무관심하다 결국 부메랑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13개 시민사단체와 소비자단체가 홈플러스의 1조원대 배당설을 규탄하며 최근 발생한 2,406만여건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사과와 보상 및 배상 등을 우선 촉구하며 가세했다.
이 때문에 MBK에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성급하게 결정한 국민연금도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국민연금은 MBK와 함께 씨앤앰에 투자했다 한 차례 곤혹스러웠던 바가 있어 최종 투자 결정을 망설이고 있고 이것이 우선협상자 지위를 확정하지 못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세청이 어피너티·KKR에 대해 세금 탈루 혐의를 잡고 기획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PEF의 홈플러스 인수 논란은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이 오비맥주의 세무조사에 들어갔는데 이 조사가 오비맥주를 매각했다 다시 인수한 어피너티·KKR 컨소시엄을 겨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인수 후보 세 곳 중 하나인 칼라일은 인수 예정가격이 낮아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2만명 이상의 임직원이 관련된 홈플러스 매각에 먹튀 논란과 PEF 세무조사 등까지 거론되자 정치권도 개입에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여당 관계자는 "제2의 론스타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9월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등의 문제를 따져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