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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명무실 '기능 강국'과 학벌 편견

서승직 인하대 명예교수


서승직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304


지난해 SK텔레콤이 출신대를 가리고 신입사원을 채용했더니 'SKY' 출신 합격자가 줄었다는 것은 학벌편견의 일면을 보여준다. 학벌편견은 교육의 모든 것이 대학으로 통하는 대학만능주의 문화를 만연시켰다. 특성화고의 연계교육기관 전락과 전문대의 정체성 실종, 그리고 대학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대학만능주의에 편승한 직업교육기관 때문에 고교 졸업자의 70% 이상이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는 학력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각해졌다.

기능올림픽 성과 제조업과 연결 못해

대학만능주의는 국가공인자격증을 포함한 소위 '취업 9종 세트'를 갖추고도 '대학졸업장=실업증'이라는 현실을 만들었다. 졸업장 하나만으로 충분한 것을 자격과 능력이라는 스펙 쌓기 경쟁을 유발해 학벌편견을 심화시켰다. 능력중심사회 실현의 관건은 실업자가 될지언정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는 풍토를 바꾸는 것이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라는 도구만으로는 대학만능주의를 타파하고 직업교육의 정체성을 회복시킬 혁신을 기대하기에 심히 부족하다.

이처럼 정부 정책이 미덥지 못하고 또 다른 스펙을 걱정하는 것은 임기응변적이고 핵심의 혁신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학벌문화가 팽배한 상황에서 이상론만 내세운 현실적이지 못한 정책과 제도는 자칫 취업 세트만 늘릴 것이 명약관화하다. 능력으로 인재를 평가하지만 능력은 자격자가 실무를 통해 얻게 되는 노하우로 기업이 키워야 할 기업정신의 브랜드다. 이 영역만큼은 기업의 몫이 돼야 차별된 노하우를 갖게 된다. 자격자는 교육기관에서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의 정체성이 회복돼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기능강국 역량을 제조업의 강점으로 키우지 못한 것은 크게 실패한 과오다. 지난 1960년대 초 독일의 원조로 직업교육 기반을 다진 한국은 1977년 독일을 누르고 세계 최고의 기능강국이 됐다. 우수한 직업훈련 및 기능경기대회 운영 시스템을 바탕으로 국제기능올림픽에 27회 참여해 18회나 종합우승을 이뤄냈다. 그러나 독일은 비록 기능강국에서는 밀려났지만 기능선진국으로 건재하다. 이는 독일의 직업교육 풍토가 만들어낸 차별된 노하우인 '마이스터(장인) 정신' 역량 때문이다. 40년이 다 되도록 기능강국에만 몰두한 한국이 기능선진국인 독일의 풍토가 만든 노하우인 마이스터 정신을 본받지 못한 것은 원칙 없는 정책의 결과다.

기술·기능 존중 풍토부터 만들어야

기능강국이면서 특성화고를 연계교육으로 전락시킨 것이나 아직도 기능강국의 노하우를 축적할 시스템조차 구축하지 못한 것은 크나큰 국가경쟁력 손실이다. 기능한국은 기능올림픽 무대에서 리더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또 기능강국의 이름만으로는 가치 있는 기술을 전수할 수 없음도 깨달아야 한다. 이 모두는 직업교육의 백년대계를 간과한 임기응변적 현상 추구만으로 일관한 정책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다. 직무능력만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것도 좋지만 독일 정신의 기술·기능 존중풍토의 시스템 구축이 더 절실한 것이다. 이런 시스템만이 고교졸업자 10명 중 2~3명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으며 이로써 학벌편견 문화도 타파되고 취업세트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모두가 바라는 능력중심 사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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