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원유 거래업체들은 내년 상반기에 원유 가격이 배럴당 70~80달러 범위를 오갈 것으로 내다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이들이 이처럼 예상하는 것은 내년 원유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원유거래업체 비톨의 이언 테일러 최고경영자(CEO)는 "원유 가격은 현재 수준에서 거의 고정되다시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라피규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피에르 로리넷도 "기본적으로 수요가 부족해 가격이 오를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글렌코어와 건버 역시 비슷한 전망치를 제시했다. 머큐리아의 대니얼 재기 공동사장은 "2010년 하반기부터 수요가 개선돼 가격도 오를 것"이라면서도 "중국과 인도에서 수요가 많겠지만 선진국의 원유 수요는 여전히 부실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 7월 이후 원유 수요는 아시아지역에서 강세, 미국ㆍ유럽에서는 약세인 상황이 지속돼왔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73.36달러에 장을 마쳤다. 비톨, 글렌코어, 트라피규러, 건버, 머큐리아 등은 에너지업계 바깥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원유 거래업체들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전세계 원유 거래의 15% 가량을 도맡고 있다.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량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비톨 등은 내년 원유 수요가 올해 수준보다 하루 100만 배럴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치인 하루 150만 배럴 증가에 비하면 상당히 비관적인 수치다. 로리넷 CFO는 "IEA 전망만큼 긍정적인 상황이 올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원유 거래업체들보다 더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앙골라 루안다에서 정기 회담을 가질 예정인 OPEC은 내년 원유수요 증가량이 하루 80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PEC은 원유 생산량을 올해 수준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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