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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 영웅전]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제4보(31~42)



이세돌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분방함이라는 것을 본보의 진행을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백32로 벌려 실리를 챙겨놓고 흑33의 침입에 대해서는 백34로 부딪쳐 무겁게 만들어놓은 후에 더이상 공격하지 않고 백36으로 기수를 돌린 이 감각은 그야말로 천재의 그것이었다. 복기때 흑33의 침입이 조금 빨랐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 수로는 참고도1의 흑1로 가만히 지키는 것이 최선이었다. 백은 2 정도로 흑진을 삭감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때 비로소 흑3으로 침입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였던 것이다. 흑7까지가 예상되는데 이 코스였으면 바둑은 이제부터였던 것이다. 백42까지 되고보니 뭔가 흑이 백의 주문에 걸려든 듯한 느낌이다. 사이버오로 해설실의 목진석9단도 같은 느낌을 토로하고 있었다. "흑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흑39로 받은 것이 너무 고지식했던 것 같아요."(목진석) 차라리 참고도2의 흑1로 꼬부려 흑7까지 외세를 차지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는 것이 목진석9단의 주장이었다. 그 얘기를 들은 서봉수9단이 껄껄 웃었다. "발상의 전환이라…. 허허. 얘기는 좋은데 잡을 수 있는 돌을 넘겨주는 착상을 한다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나 같아도 못 넘겨주지."(서봉수) 참고도2의 흑1로 꼬부려서 백 한 점을 넘겨주는 것이 생각하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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