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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장기불황 막을 수 있다
입력2005-07-20 17:36:53
수정
2005.07.20 17:36:53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ㆍ경제학>
우리 경제가 과거 90년대의 일본처럼 장기불황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거시경제지표들의 최근 추이를 보면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2005년 1ㆍ4분기에 2.7%로 하락했고 설비투자증가율도 3.1%에 머물러 경기활성화 국면이 아닌 것은 사실이나 장기불황이라고까지 규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데 이런 여론이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경제지표 차원의 장기불황이 아니라 민간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미래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특성이 일본형 장기불황과 많은 유사점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고부가 위주 산업구조 조정
우리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 처방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가 과연 일본형 장기불황 국면인가 여부 및 그 원인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미 오래된 일본형 장기불황의 원인과 그 해법에 대한 논의는 우리 경제의 활성화 처방전을 찾는 데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90년대 일본 장기불황의 원인에 대한 중론은 ‘일본의 거시정책 실패론’이다. 즉 일본의 장기불황은 90년대 초반 소비세 인상 조치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촉발된 바, 일본의 경기회복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정부가 경기확대를 위한 강력하고도 일관성 있는 정책 시그널을 보내 민간경제주체로 하여금 미래상황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바탕으로 소비확대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실제 일본 정부가 취한 정책은 매우 미온적인 수준의 정책수단들을 선택해 민간 부문에 정부의 정책 시그널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아 결국 소비축소 및 내수침체라는 악순환이 10여년이 넘게 계속됐다.
한국 경제의 상황은 어떠한가. 비록 그 구체적 경로는 일본과는 다르지만 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재가 민간경제주체들로 하여금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신을 조장했다는 점에서는 매우 유사하다.
즉 정부의 정책들이 미래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정책 실패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일본형 장기불황은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다.
경제정책의 일관성 부재에 의한 정책 실패가 장기불황의 원인 중 하나라면 또 다른 진원지는 우리 경제 및 산업구조의 이중구조다.
이는 정보기술(IT)산업을 주축으로 한 수출 실적이 사상 최대의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내수확대 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핵심부품 수입 확대라는 결과만을 초래했던 최근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즉 한국의 주력산업은 일본산 핵심부품의 조립재수출산업이라는 산업구조적 한계가 지속되는 한 구조적 장기불황은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최근의 한국 경제의 불황 국면이 지표상의 장기불황이기보다는 경제정책의 일관성 부재가 초래한 예측불가능성이라는 심리적 불황과 함께 산업의 이중구조라는 구조적 문제점이 중첩된 결과라면 우리 경제의 활성화 처방은 이러한 문제점들의 원인 제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첫째, 경제정책의 일관성 확보를 통한 불확실성의 제거를 위해서는 경제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불을 붙이는 정치적 구호는 철저하게 배제돼야 한다.
즉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책결정권자들이 앞으로 경제정책은 경제활성화와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일관성 있는 정책 경로가 될 것이라는 정책방향 천명과 함께 정치적 고려에 근거한 경제정책 개입 발언만 자제한다면 다른 어떤 인위적 경기부양책보다도 우리 경제활성화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둘째, 우리 경제 및 산업의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핵심부품산업 등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 노력이 배가돼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들의 인위적인 지리적 분산과 같은 소모적인 정책 개입이 아니라 시장 실패 교정이라는 정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즉 첨단기술 개발과 단순농업 및 노동집약적 제조업의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구조조정을 범국가적으로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의 기술 및 교육투자 확대는 우리 경제의 이중구조 개선과 함께 경제활성화를 위한 기초체력을 갖추는 정도이다.
정치적 고려 없는 정책 펴야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국제분업구조 재편과 맞물린 전략적 경쟁 상황을 고려할 때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정책도 현재와 같이 모든 첨단산업을 망라할 것이 아니라 중국 및 일본에 대해 실질적 비교우위 확보가 가능한 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술선진국에 대한 일방적 시장개방 형태의 한ㆍ일자유무역협정(FTA) 및 대외무역정책들이 우리 산업의 기술의존도 심화 및 전략적 산업정책 효과를 반감시키지 않도록 대외통상교섭정책이 산업정책의 틀 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조정 체계의 수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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