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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1월 15일] G20 정상회의가 남긴 과제

한국에서 개최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는 지금까지 5차례 회의 중 가장 많은 합의를 도출했다. 국제금융시장의 규제개혁차원에서 은행의 자기자본과 유동성을 규제하는 더 엄격한 규칙이 도입됐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위기 이전에도 국제유동성을 빌릴 수 있는 대출제도가 도입됐다. 환율 가이드라인 미흡 아쉬워 세계 빈곤국의 경제개발을 돕기 위한 행동계획에도 합의했다. 특히 국제금융기구 개혁과 관련해 선진국의 IMF 지분 6%를 신흥국에 넘기기로 합의한 것은 기대 이상의 성과였고 G20의 존재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제로섬게임의 대표적인 이슈였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더 많은 세부적인 합의사항들이 도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에 완전한 동의를 하지 않는 평가들이 존재한다. 환율문제 때문이다. 환율을 시장에서 결정하게 하고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제고한다는 원칙에는 합의가 됐다. 그러나 경상수지가 국내총생산(GDP)의 4% 이상 적자나 흑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자는 애초의 제안은 수용되지 않았다. 대신 내년 상반기까지 새로운 지수를 개발, 환율결정의 가이드라인으로 삼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의에서 가이드라인에 대한 구체적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점 때문에 성과에 대한 실망과 비판적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환율문제를 경상수지, 글로벌 불균형문제와 연계해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풀려고 시도한 것은 어쩌면 과욕이었다. 환율문제는 해묵은 어려운 문제이다. 하루 동안의 회의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주 재무장관회의 때부터 내부 논의를 한 기간까지 합치더라도 이 주제를 준비한 기간은 기껏 한달 남짓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더라면 세계가 글로벌 문제로 일컬을 만큼 오래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 회의에서 성과가 많았던 다른 의제들은 한국이 의장국으로 결정된 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노력해온 결과이다. 가능한 대안들을 모두 찾아 장단점과 설득논리까지 연구했다. 그리고 관련된 주요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사안에 따라서는 실무그룹이나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 대안을 개발했다. 결국 성과가 많았던 의제들은 하루 동안의 회의결과가 아니라 지난 일년간의 노력이 만든 성과이다. 이번 환율문제는 G20 정상회의의 제도적 문제를 잘 드러내고 있다. 회의의 성과가 높은 의제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애초부터 세계가 관심을 가져온 준비된 의제이다. 둘째, 충분한 연구 및 협의를 거친 의제이다. 그러나 환율 이슈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물론 세계경제 현안은 항상 갑자기 불거지게 마련이다. G20이 이제는 세계경제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 만큼 급한 이슈는 언제라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 및 각 대안의 장단점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는 필수다. 세계경제의 관리를 위한 규칙의 제정이 졸속이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상황이 압박하더라도 올바른 규칙이 아니면 차라리 제정하지 않는 편이 낫다. 합의 도울 'G20 사무국' 필요 환율에 관한 가이드라인의 제정은 관련된 여러 나라 간 의견대립이 많았다. 경상수지를 지표로 삼는 것 자체에 대해 수긍하지 않는 나라들도 있었다. 이러한 여건이라면 굳이 합의를 했다손 치더라도 오랫동안 유지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가이드라인에 대한 아쉬움은 결국 기대가 컸던 결과일 뿐이다. 앞으로는 환율문제처럼 갑자기 등장한 어젠다를 다루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론이나 상황에 떠밀리지 않고 세계경제가 필요로 하는 대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사무국 설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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