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데스크 칼럼] 개성공단 이대로 놔둘 것인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3월 임금지급 시한이었던 지난 20일.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와 통일부 안팎은 아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2월24일 북한이 3월부터 북한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하겠다고 일방 통보하면서 시작된 남북 간의 갈등 양상이 중대한 고비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받아 놓은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공단의 정상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닌지 노심초사한 모습이었다.

2013년 4월부터 6개월간 공장 가동 중단으로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었던 입주기업들로서는 자칫 2년 전의 악몽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입주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개성공단이라는 지리적 특수성 탓에 기업들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환경적 제약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2004년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남북이 공동으로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에 일단은 남북 당국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남한 내에서는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은 통일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번 임금인상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북한의 일방적인 인상을 인정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은 입주기업들로서는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남북 긴장 따른 기업활동 제약 많아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 지원 업무를 맡은 우리 정부의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3월 임금지급 마감 날인 20일 입주기업 실무진들이 공단으로 들어간 후 지급 시한 연장설이 흘러나왔지만 당국은 깜깜 무소식이었다.

더 가관인 것은 입주기업과 당국 간에 논의된 임금지급 시한 연장에 대해 정부는 애써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정부는 "북한이 진정으로 시한 연장 의사가 있다면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말해야지 기업인들에게 검토해보겠다고 한 부분은 이해가 안 간다"며 "북한이 공식적으로 연장해주겠다고 전달한 사항이 아니어서 정부는 북측이 연기해주겠다고 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이틀 뒤인 22일 북한이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임금지급 시한을 24일까지로 연장한다"고 통보한 뒤에야 상황이 정리됐다.

이번 임금인상과 관련해 정부의 일 처리 과정을 보면 납기를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기업들의 입장은 전혀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기업들이 마음 놓고 경영활동을 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입주기업들은 "남과 북 두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특수한 상황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남북관계가 안 좋으면 사업을 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번 임금인상 파동 과정을 보면 정부가 과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간접지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다 보니 남북 당국 간 접촉이 활발하지 않고 이러다 보니 남북 당국은 입주기업들에만 압력을 넣는 양상이다.

북한은 최저임금을 올리라고 일방통행식 요구를 강요하고 있고 남한 당국은 기업들이 이를 수용하면 행정적·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이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유연한 정책으로 정치 리스크 해소를

개성공단의 기업환경요인 대부분은 기업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다. 정부가 기업을 대신해서 이 같은 환경요인의 영향을 최소화하지 않으면 개성공단의 성공적인 안착도 어려워진다.

개성공단의 성패는 입주기업의 수익창출이라는 경제적 의미를 넘어 한반도 안보와도 직결된 아주 중요한 문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성공적인 안착은 남북 경제협력의 근간이 되고 이는 평화 통일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표현대로 통일이 대박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성공단이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운영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정부가 너무 원칙만 고집하지 말고 정책의 유연성을 좀 발휘해주면 어떨까 싶다.

/오철수 성장기업부장(부국장 대우) csoh@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