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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투기억제책의 한계

박현욱 부동산부기자

최근 충청 지역의 아파트 분양현장을 다녀보면 예전과는 다른 기류를 느낄 수 있다. 그 기류의 중심에는 신행정수도 이전이 있고, 이 기류를 타려는 외지인들의 행렬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주 말 신행정수도 후보지 인근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에 사는 한 주부도 투자 목적으로 왔다며 서둘러 사전예약 줄에 섰다. 그는 “이런 호재를 가진 곳에 투자할 기회가 앞으로 자주 오겠느냐”며 “아무리 시장이 얼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부동산밖에 없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와 투기억제대책에 따른 주택가격 안정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시장주체들과 정부의 기대차를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기대대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주택거래신고제 이후 해당지역의 거래건수가 10분1 수준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가격하락폭도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주택시장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주택보유자들의 움직임은 크지 않다. 집값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집 없는 사람이 부담 없이 내 집을 마련할 정도로 가격하락이 보편화한 시장은 아니다.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부동산 주변으로 이동하는 자금이 늘어나는 등 주택수요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이같이 실수요자들의 주택수요는 꾸준한 상황에서 과연 거래 자체만 묶어 장기적인 가격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평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금부담으로 주택투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주택공급 감소가 향후 집값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현재 부담을 견뎌낼 다주택자들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내년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위해 내놓은 보유세개편방안을 보면 재산세 중과로 집 투기꾼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양도세, 취득ㆍ등록세 등 거래세율이 하향 조정되지 않을 경우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다주택자들의 보유매물이 시장에서 실수요자들에 의해 소화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20년대 미국의 금주령(禁酒令) 발효 이후 금주법의 최대 수혜자는 밀주 제조ㆍ유통으로 떼돈을 번 마피아의 알 카포네였다. 일반인들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는 거래억제는 예상치 못한 폐해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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