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안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의 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각기 '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푸틴 총리는 외신기자 등 러시아 정치 전문가 그룹과 만난 자리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임기 마감 후인 2012년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전 주말 러시아의 경제, 정치 상황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크레물린궁 웹사이트 등에 게재, 실직적 권력의 핵심인 푸틴과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을 받았다. 푸틴 총리는 이날 "우리가 지난 대선인 2007년 경쟁하지 않았던 것처럼 2012년에도 경쟁하지 않을 것"이라며 "메드베데프와 나 사이에 동의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BBC뉴스 등 주요 외신들은 푸틴이 차기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민주주의는 미약하고 경제는 침체돼 있으며 인구가 줄어드는 장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경제가 에너지 자원에만 너무 의존하고 있고 공격적인 정책 또한 부족하다"고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AP통신은 통상 방어적 기조를 띄기 마련인 대통령의 이례적인 언급과 관련, 그가 멘토인 푸틴 총리와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고 평했다. 러시아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러시아의 올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질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9%의 역신장세를 보이며 회복 기조에 들어선 기타 신흥국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침체가 계속되며 러시아 경제는 통계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기존 최대치는 10년여 전 외환 위기 국면인 1998년의 -9.1%였다. 특히 광공업 생산 증감율이 -18.7%에 달해 기업의 생산은 물론 천연가스 및 철강 등 자원 생산도 줄었음을 드러냈다. 이밖에 개인소비가 11%, 2분기 신차판매도 55% 가량 줄어 들며 소비가 견조한 인도ㆍ중국ㆍ브라질 등 기타 신흥국과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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