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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벤처중흥의 선결조건

공인욱 Asset Alternatives 대표이사

지난 1600년대 초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투기의 열풍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투기역사의 한 사례이다. 튤립의 뿌리 한개가 당시 황소 25마리에 해당하는 값으로 거래됐던 엄청난 거품현상의 후유증은 개인손실에만 그치지 않고 수많은 은행과 기업을 도산하게 했고 전반적인 경제 공황을 만들어 이후 네덜란드는 산업이 쇠퇴하고 무역의 중심을 놓고 경쟁하던 영국에 시장을 내주는 비운을 맛보게 된다. 스코틀랜드 사람 존 로(John Law)에 의해 1700년대 초에 일어났던 미시시피사 버블 사건은 미시시피사의 주가를 폭락하게 한 것은 물론이고 이와 더불어 연쇄공황이 프랑스를 엄습해 수많은 은행이 차례로 도산하고 기업이 파산하면서 프랑스를 공황으로 밀어넣었다. 비슷한 시기 영국의 사우스시(south sea)사 투기사건도 소위 작전이라는 이름하에 거짓 루머를 유포해 10배나 상승하게 된 사우스시사의 주식이 85% 이상 폭락하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사회적 충격은 위의 두 사례와 같이 엄청난 것이었다. 과거 우리가 경험한 벤처 열기의 광풍도 세계 투기역사에 기록될 만한 것이었다. 2000년 벤처 버블이 붕괴되면서 수십만원을 호가하던 주식들이 단돈 몇백원으로 사실상 휴지가 되는가 하면 수많은 벤처 기업인들이 부정비리에 연루돼 사라졌다. 벤처 비리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는 투자의 기피로 이어져 지금도 심각한 자금난 속에 기존 벤처의 폐업이 속출하고 창업이 위축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광풍의 찌꺼기를 완전히 털어내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올해를 제2의 벤처 중흥의 해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양적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으로서 벤처를 재차 지원ㆍ육성하고 젊은 실업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내용에는 벤처기업의 창업단계에서부터 성숙, 구조 조정기에 이르기까지의 단계별 지원정책이 총망라돼 들어 있다. 벤처 거품의 붕괴에 따른 충격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좀처럼 자생적으로는 투자심리가 호전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보면 정부의 적극적 부양의지는 시의 적절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강력한 정부의 벤처 붐 의지가 또 한번의 무조건 사업을 확장해보자는 식의 과잉투자로 잘못 해석되면 벤처 붕괴 이후 옥석 가리기를 통한 정상으로의 복귀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의 발행을 통해 벤처에 대한 직접지원에 나선 바 있으나 결과는 지원액의 상당 부분이 부실화되고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등 개선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책의 방향도 직접지원보다는 시장을 통한 벤처기업의 체질강화와 인프라 확충에 중점을 둬야 한다. 먼저 기술력을 갖춘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총체적 부실에 일조했던 벤처캐피털시장과 코스닥시장이 먼저 윤리적이고 투명해져야 한다. 벤처캐피털의 최소 자본금을 완화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코스닥시장의 등록요건을 쉽게 하는 등의 양적 팽창정책도 필요하지만 벤처 비리의 재발을 방지하는 업계 자신의 진정한 자정노력과 감독기관의 감시정책은 더욱 필요하다. 또한 현시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의지에 대한 열광보다도 대형 벤처 비리를 막겠다는 벤처 생태계의 자체 노력이다. 또 한번의 대형 벤처 비리의 등장은 정부의 지원의지로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벤처업계의 호기와 희망을 일거에 날릴 수 있는 매가톤급 악재임을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오늘의 벤처 위기는 오랜 시간 투자 주체간 신뢰의 상실에서 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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