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국제금융협회(IIF) 발표를 인용해 8월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투자에 유입된 해외 자금이 80억달러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5~7월 월 평균치인 380억달러의 5분의1 수준이다. 찰스 콜린스 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월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지만 올해는 감소폭이 지나치게 크다"며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다소 매파적인 기조가 확인된 것이 자금이탈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신흥시장 등 위험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들의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실제 이달 신흥시장의 채권 발행액은 220억달러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 1년간 월 평균 620억달러에 한참 밑도는 것으로 지난해 8월의 440억달러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별로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동유럽, 일부 국가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에서 해외 자금이 순유출됐고 아시아·중남미도 유입액이 감소했다.
물론 아직 신흥시장에서 해외자금 탈출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디플레이션 위기에 처했고 미 증시는 거품 논란에 시달리면서 신흥시장이 더 주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양적완화 조치 시사로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MSCI 신흥시장주가지수는 이번주에만도 0.3% 오르며 3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 지수는 5개월 연속 선진시장지수 상승률을 웃돌면서 올 들어서만도 9% 정도나 올랐다. 픽텟자산운용의 루카 파올리니 수석 전략가는 "최근 주가상승에도 신흥시장은 선진국 시장 대비 25%가량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신흥시장 유입액이 급감한 데서도 보듯 글로벌 자금의 투자심리도 한순간에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IF는 "글로벌 자금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신흥시장을 선호하지만 연준의 출구전략이 가시화할수록 자금유출 위험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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