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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문화교류 등 실행 가능한 것부터"… 대북 메시지 유연해졌다

北, 우리측 드레스덴 선언 "흡수통일 전략" 비판해와

동질성 회복·환경사업 등 北 자극 않는 이슈로 접근

대북 경제지원 언급도 구호대상 아닌 협력 파트너로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남북관계에 대한 기본입장은 향후 보다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으로 읽힌다. 북한이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 논리'라며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남북교류를 환경·문화교류 등 낮은 단계부터 이행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의 키워드는 '환경'과 '문화' '협력'으로 정리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언급시 거론되지 않았던 '문화'와 '환경'은 올해 각 세 차례 들어갔다. 남북관계와 관련한 '협력'이라는 단어 또한 지난해 경축사에서는 단 한 차례 언급된 반면 올해는 여섯 차례에 달했다. 1년 전과 달라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연성 이슈인 환경과 문화를 통해 남북 간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자는 방침도 엿보인다. 실제 북한은 최근 우리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 "드레스덴 선언과 관련된 흡수통일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계속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물자 지원을 통한 남북 공감대 형성이 예전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정책을 좀 더 다양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8·15 경축사가 안보 위주에서 문화생태 쪽으로 비중이 바뀐 것으로 볼 때 정부 기조가 보다 유연화됐다고 봐야 한다"며 "일단 실현 가능한 것부터 첫걸음을 떼자는 취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의 통일 경험이나 유럽연합(EU) 통합 당시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다"며 "그동안 추상적으로 밝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북 경제적 지원에 대해서는 우리 측의 일방적 지원이 아닌 '공유'와 '융합' 같은 상생에 기반한 언급이 주를 이뤘다. 실제 박 대통령은 "마을에서부터 남북한이 함께 생활환경을 개선해나가는 민생 인프라 협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우리의 경제개발 노하우를 북한과 공유하고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성장동력으로 활용한다면 남북한 주민의 삶이 모두 향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축사에서 "정치적인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인 지원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며 북한을 일방적 구호 대상으로 본 것을 감안하면 이전과 달리 협력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문화 부문에서는 남북한 교류를 통한 동질성 회복에 힘을 줬다. 박 대통령은 "주민들의 삶이 진정으로 융합되기 위해서는 문화의 통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앞으로 남북한 주민들이 작은 것부터 소통하며 동질성을 회복하고 공동발전을 위한 작은 통로들이 모인다면 생활공동체를 형성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소 포괄적인 제안이기는 하지만 북측이 딱히 반발할 명분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 이후 충분히 진전될 사안으로 꼽힌다.

북핵에 대한 언급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박 대통령은 "이제 북한은 분단과 대결의 타성에서 벗어나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로 나와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특히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너무나 위험하고 비정상적"이라며 "우리 후손들에게 이런 위험을 물려줄 수는 없다"고 밝히는 등 북핵 문제만큼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나타냈다.

지난해와 같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는 문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경축사는 "향후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어려움도 함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한쪽에서 굶주림과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북한을 자극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골간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지난해 '신뢰'라는 단어를 포함해 총 다섯 차례 이야기하며 북측을 압박했지만 올해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경축사는 북핵 문제나 남북 대화채널 복구 등에 대해 진전된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 대북정책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박 대통령이 이야기한 환경이나 문화 협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시급한 과제는 아니며 오히려 실무 수준에서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광복절 70주년 행사를 개최하자고 하면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하는데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낼 제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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