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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깃든 山寺에 쓸쓸한 가을석양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등 국보 즐비산사에 어둠이 찾아들었다. 물결 치는 소백산맥의 준령들 너머로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경북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양을 보려는 이들로 절 마당이 가득하다. 태양이 기울자 두런거리던 목소리 잦아들고, 헛기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량수전 앞뜰에서 바라보는 석양 풍경은 가을 은행나무 길, 무량수전과 함께 부석사의 '3대 볼거리'이다. 그러나 일주문 앞 은행나무 길은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었다. 오후 4시경 입장권을 끊어 부석사에 들어섰다. "늦가을이니 노란 은행잎들로 일주문 앞길이 황금 밭이 됐겠지." 설레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기대는 일순간 실망으로 뒤바뀌었다. 그 길에 은행잎은 드물었다. 왼편의 은행나무들엔 아예 달려있는 잎조차 없었다. "웬일인가" 일주문 앞 과일상점 아낙에게 물었더니 "도랑을 파느라고 은행나무를 옮겨 심었더니 그 모양"이라는 것이다. 세간에 유명세를 떨쳤던 한 여행자가 "극락에 오르는 길"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은행나무 길이 그 빛을 잃었다니, 상실감이 컸다. 천왕문을 지나 안양루까지 108개의 돌계단을 차근차근 밟으며 올랐다. 무량수전(국보18호)이 장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무량수전은 부석사의 본전(本殿). 우리나라 목조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힌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규모로 팔작지붕은 학이 날개를 펼치듯 경쾌하고, 배흘림기둥은 머리 34㎝, 중간 배흘림 부분 49㎝, 기둥밑 44㎝의 곡선에 생명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고려 공민왕의 친필이라는 '무량수전' 현판의 필치가 날렵하다. 무량수전 좌우에는 신비한 전설이 깃들어 있는 '부석바위'와 선묘각이 있다. 부석사의 창건과 관련이 있는 그 전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부석사는 676년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들어 세운 절로 화엄종을 처음 펼친 곳. 전설의 기원은 그에 앞서 의상대사가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학시절 대사는 중국 해안 마을의 부잣집에 머문적이 있는데, 그 집 딸 선묘라는 아가씨가 대사를 흠모하게 된다. 그러나 스님에 대한 사랑은 이루어 질 수 없었다.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한 선묘낭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용이 돼 의상대사의 수호신이 됐다. 대사가 부석사를 창건할 때도 선묘의 활약이 있었다. 대사는 왕명을 받고 훌륭한 절 터로 봉황산 중턱을 점 찍었는데, 당시 이 곳에는 사교의 무리들이 창궐해 있었다. 선묘는 하늘에 큰 바위를 띄워 사교의 무리를 쫓아내고, 부석사를 세울 수 있도록 대사를 도왔다고 한다. 절 이름 '부석사'도 바로 선묘가 띄운 돌 '부석(浮石)'에서 땄다고 한다. 전설은 어디까지나 전설일 뿐이지만 무량수전 양 옆을 받치고 있는 바위와 선묘각은 여행객의 마음을 애틋하게 한다. 부석사에는 무량수전 외에도 석등, 조사당, 소조여 ?래좌상, 조사당 벽화 등 5점의 국보가 있고, 영주 북지리 석조여래좌상, 3층석탑, 당간지주, 고려각판?등 4점의 보물과 2점의 지방유형문화재가 있다. 해지는 시간으로 예고된 오후 5시 30분이 됐다. 그 유명한 '부석사 낙조'의 장엄한 움직이 시작됐다. 혹은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 혹은 안양루 누각에 몸을 받친 채 한 없이 먼 곳. 떨어지는 태양을 응시했다. <여행메모> ◇숙박 부석사 입구에는 명성민박(633-3262)과 평화민박(633-3014) 등 민박집이 많다. 좀 더 고급스러운 숙소를 원한다면, 절 부근에 코리아나호텔(054-633-4445)가 있고, 풍기에 풍기호텔(637-8800)ㆍ희방모텔(638-8000) 등이 있다. ◇음식점 부석사 주차장 앞 종점식당(633-3606)에서는 청국장(6,000원)을 주특기 음식으로 자랑한다.이밖에 산채정식(6,000원), 산채비빔밥(5,000원), 도토리묵(5,000원) 등이 먹을 만하다. ◇주변 볼거리 부석사에서 15분 거리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633-2608)이 있다. 주세붕이 세운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고려시대 유학자 안햐의 영정을 모셔놓았다. ◇문의 영주시청(054)639-6061, 부석사 633-3464, 소수서원 633-2608 영주= 글ㆍ사진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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