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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이젠 몸싸움이다

제3보(22∼38)



박문요가 드디어 일을 냈다. LG배 세계기왕전을 먹었다. 이젠 당당히 세계 챔피언이다. 그것도 세계랭킹1위 콩지에를 2대0으로 완봉하고 화려하게 등극했다. 박문요(본토 발음으로는 파오원야오)는 조선족이다. 홀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자랐다. 그의 모습에는 지금도 가난의 남은 자취가 엿보인다. 어느 기자는 그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 '배고픔과 추위에 떨던 족제비가 숯가마의 남은 잿더미 속에 들어갔다가 주인에게 들켜 허겁지겁 쫓겨나온 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그는 다듬어지지 않은 부스스한 머리카락, 작은 키, 빈약한 몸매, 옹졸한 얼굴을 지녔으므로 보는 사람들을 민망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는 이제 LG배 우승상금 2억5천만원의 주인이 되었다. 그는 이 우승상금을 전부어머니에게 드리겠다고 했다. 전부라고는 해도 중국에서는 우승상금의 6할을 국가에 헌납해야 하므로 실수령액은 1억원 미만이 될 것이다. 그렇긴 해도 중국은 물가가 싸니까 우리의 박문요는 일단 팔자를 고치게 되었다. 백22로 밀기 전에 참고도1의 백1로 두어 흑2와 교환해두는 것이 백의 권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야마는 왜 그 수순을 생략한 것일까. "보류하는 것이 더 묘미가 있습니다."(홍민표) 이야마의 구상은 참고도2였다. 백2 이하 12로 둘 작정이다. 그것이면 백의 자세가 아주 그럴듯하다. 그래서 앞의(참고도1) 교환을 보류한 것이다. 그 속셈을 잘 아는 이세돌. 실전보의 흑25로 제꺽 끊어 버렸다. 이젠 몸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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