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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지갑 두둑해지고 물가 잡혔으면…"

뱀띠해에 거는 골목상권 사장들의 희망가<br>불경기 직격탄에 힘들지만 마케팅 강화해 살아남아야죠<br>사람들 마음에 여유 생기길…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서 과일ㆍ야채가게를 하는 허기언씨가 새벽에 도매시장에서 사온 과일을 진열하며 웃고 있다. /임진혁기자

풍요와 재물을 의미하는 뱀의 해, 계사년(癸巳年) 새해 첫날이 밝는다. 집을 나서는 순간 골목에서 마주할 수 있는 야채ㆍ과일 가게, 고깃집과 피자 배달점, 체육관 등을 운영하는 우리나라 570만여명의 자영업자들은 올 한 해 뱀띠 해답게 서민의 살림살이가 풍성해져 골목경제가 살아나기를 소망한다.

2012년 12월29일 오전5시 서울시 은평구 신사동에서 어머니와 함께 과일ㆍ야채 가게를 운영하는 허기언(30)씨는 두꺼운 점퍼를 걸치고 집을 나와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으로 향했다. 30분 정도 걸려 도착한 시장은 소형 트럭의 덜덜거리는 엔진소리와 바삐 움직이는 상인들의 입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과일 도매상에서 귤ㆍ딸기ㆍ곶감 등, 야채상에서 고추ㆍ배추ㆍ무ㆍ시금치 등 모두 50만원어치를 산 허씨는 가게로 돌아오자마자 분주히 아침 손님맞이 준비를 했다.

4월 문을 연 허씨 가게의 하루 매출은 가을까지는 50만원 안팎이었지만 청과물 출하량이 적어지는 겨울이 되니 30만원 밑으로 줄었다. 다달이 70만원씩 가겟세를 내고 도매시장을 오가는 기름값, 난방비와 전기요금 등을 따지면 손에 쥐는 건 많지 않다. 지난달 길 건너에 대형 슈퍼마켓이 문을 열고 동네 정육점까지 야채를 가져다 팔면서 경쟁도 심해졌다.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허씨는 새해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는 "더 좋은 상품을 들이고 손님을 잘 맞이하면 가게 매출이 오를 것이라고 보지만 무엇보다 서민 경제가 살아나야 할 것 같다"며 "빨리 가게가 안정돼 아이 낳을 계획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소곱창 전문점을 운영하는 최민희(51)씨는 "가겟세는 비싸고 재료비와 인건비는 올라 자영업자로서 참 힘들다"며 "우리 같은 영세 상인은 불경기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는데 새해에는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생겨 시장에 자주 나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인천 삼산동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최명숙(48)씨는 올해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강화할 생각이다. 최씨는 "이곳 아파트 주민 상당수가 대출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자 갚느라 바쁜지 통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새해 배달도 새로 시작하고 메뉴와 광고를 늘려 어떻게든 살아남는 게 올해 소망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을 애타게 바라는 목소리도 들렸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오리고기를 파는 박효순(54)씨는 "요즘 부추가 한 단에 4,500원까지 오를 때도 있는데 손님들이 2만8,000원짜리 오리 한 마리를 시키고 부추를 몇 번 더 가져다 먹으면 간신히 본전치기 할 때도 있다"며 "새해에는 장바구니 물가만 안정돼도 바랄 게 없다"고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다.

서울 신촌에서 탁구장을 운영하는 김명수(55)씨는 "한 시간 이용료가 8,000원인데 하루 평균 10팀 정도 온다"며 "어린 시절부터 탁구를 즐겼다는 박근혜씨가 대통령으로 뽑힌 만큼 탁구를 비롯한 생활 스포츠 전반이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경기 판교에서 어린이 영어 체육학원을 운영하는 권병두(32)씨는 "경기가 나쁘면 예체능 분야 학원비용을 먼저 줄이는데 최근 성인 대상 체육클럽이 대상을 어린이까지 확대하며 출혈 경쟁이 심해졌다"며 "새해에는 원생이 더 늘어 365일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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