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의 관계 개선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최근 1949년 양안분단 이후 처음으로 열린 양안 장관급 회담은 이를 상징적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정치적 해빙은 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시진핑 정부는 중국의 경제 개혁·개방에 대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의 내수확대정책의 성공이 대만 기업의 참여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중국은 이미 2010년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며 차이완(Chiwan)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정치는 양안의 경제협력을 번번히 발목을 잡아왔다. 지난해 6월 양안은 서비스무역협정을 체결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대만 입법원 비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미국 리치먼드 대학 빈센트 왕 교수는 최근 한 언론 기고문에서 "이번 양안의 장관급 회담은 경제개혁에 대만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시진핑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라며 "정치적 불안 해소는 양안의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이완의 업그레이드는 한국경제에 막연한 기우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다. 대만의 수출구조가 우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대만의 경쟁력 강화는 바로 우리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ECFA, 미완의 폭탄=2010년 발효된 ECFA는 발효 자체로 지역 경제 역학구도에 충격을 줬다. 지난해 1월1일부터 중국의 539개 품목, 대만의 267개 품목에 대한 관세가 없어졌다. 1차적인 양안의 자유무역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2009년 1,062억 달러였던 양안의 교역은 2013년 1,973억 달러로 늘어났다. ECFA 이후 중국에 대한 한국, 일본, 대만의 교역증가율도 대만이 지난해 17%로 가장 높았고 한국이 7%, 일본은 역사 왜곡 등의 문제로 -5%를 기록했다. 중국의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도 대만에 대해 1,159억 달러로 가장 많고 한국이 919억 달러 일본이 1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러한 ECFA의 효과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만 입법원에 비준이 나지 않은 서비스무역협정과 조기수확프로그램(EHP)에 의해 혜택을 받는 상품무역후속협정이 체결될 경우 양안의 경제협력은 지금의 2~3배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2012년 1월 베이징,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 푸젠성, 후베이성, 광동성, 쓰촨성, 충칭 등에 대만인 자영업자들의 창업을 허용했다.
◇양안 자유무역지대 연계=상하이 자유무역시범구(FTZ)도 양안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이다. 상하이 FTZ를 출범시키기 한 달전인 지난해 8월 대만도 자유경제시범구(FEPZ)에 대한 행정원장의 승인을 취득했다. 이미 5년전부터 준비한 대만 FEPZ는 타오위안 공항기반도시를 비롯해 타이베이, 가오슝, 지룽, 타이중, 쑤아오, 타이난항 등 6대 무역항과 핑둥 농업생산기술단지 등 모두 8개 지구로 구성됐다.
겉모습만 보면 외국인 세제혜택 등을 바탕으로 두 자유무역지대가 경쟁을 하는 것으로 비춰지지만 속내는 다르다. 양안은 두 자유무역지대가 외자유치를 제외하고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양안간 경제무역활동의 자유화를 더욱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샤오광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중국은 상하이 자유무역시범구와 대만의 자유경제시범구간 교류·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두 자유무역지대의 교류·협력은 △금융 △운수 및 물류 △산업 등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양안간 위안화 거래의 제한을 없애 대만의 시범구내 위안화 사용을 보장하는 방안과 상호 세관 심사를 인정해 양안 상품의 통관절차를 간소화 시키는 방안이 우선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왕융 베이징대 교수는 "두 개의 자유무역지대에서 상호 무관세 등이 실시돼 다양한 상품들이 간단한 가공을 거쳐 제3국 수출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양안간 서플라이 체인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잉주의 TPP· RCEP 승부수는= 대만은 양안협력에서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는 가운데도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총수출의 40%, 대외투자의 65%가 중국이 차지할 정도로 높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양안협력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중국과의 관계회복으로 국제무대 복귀는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내 무역협정에 참여할 길을 열겠다는 게 마잉주 총통의 노림수다. 마 총통은 지난 1월3일 올 상반기까지 대만의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가입에 대한 계획과 전략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
대만의 역내 무역협정 참여에 있어서 최대 걸림돌은 역시 중국이다. RCEP의 경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이 대만의 참여를 직접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TPP도 중국은 협상 당사국이 아님에도 중국의 의사가 대만 가입의 중요 결정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TPP 가입에 대해 과거에 비해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중국이 과거 세계무역기구(WTO)가입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먼저하고 대만이 뒤이어 가입하는 방식을 고집할 경우 대만의 TPP 참여는 대만의 의지와 달리 미뤄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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