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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중국 경제] <2> 벼랑으로 내몰리는 한계기업

"고용효과보다 금융리스크 크다"… 정부, 기업 보호역할 손떼

"몸집 키우면 살아남을 것"

기업 무리한 M&A 추진에 시장은 구조조정도 불신

기업인 도덕적해이 만연… 잇단 디폴트 부추기기도

상하이 난치아오중소기업구 내에 위치한 상하이차오리솔라 공장 입구. 중국 민간기업 중 첫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이 업체에서는 지난 3일 퇴근시간에도 출입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상하이=김현수특파원



첸리위(21·가명)씨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1시간이 지났다. 밀린 급여를 일부라도 받고 나오겠다는 문자에 난치아오 수로를 왔다 갔다 하며 기다렸다. 뒤늦게 나타난 첸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야간작업을 하지 않으면 월급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첸씨는 지난달 중국 기업 사상 처음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상하이차오리솔라에너지의 생산직 직원이다.

지난 3일 상하이 난치아오중소기업구에 위치한 상하이차오리 공장 4개의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디폴트 이후 뒤숭숭한 분위기 때문인지 몇몇 직원들과 경비들이 공장 앞에서 대화를 나누며 사진을 찍는 기자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사전에 인터뷰를 요청했던 대외협력 담당자는 "은행과 시 정부 관계자들이 와 있다. 취재 협조가 어려우니 돌아가달라"며 급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상하이차오리의 디폴트는 중국 태양광업계에 큰 충격이었다. 태양광업종이 과잉생산에 따른 구조조정 대상이었지만 지난 1월 국무원이 발표한 구제 대상인 109개 태양광기업에 상하이차오리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인 펑윈의 진춰충은 "(상하이차오리)는 1월에도 디폴트 위기를 겪었지만 시 정부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며 "차오리 관계자들도 갑자기 지원이 끊길 줄은 예상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 정부도 은행도 차오리를 포기했다. 고용에 발목을 잡혀 돈을 퍼주기보다는 비용을 지불하며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흔들리는 정부와 기업의 관시(關係)=상하이차오리(상하이), 하이신철강(장쑤성), 싱룬부동산(산시성)으로 이어지는 중국 기업의 연쇄부도는 지방정부가 더 이상 기업의 뒤를 봐주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한계기업에 대해 금융지원도 하지 않고 보호자의 역할도 포기한다는 의미다. RBS투자은행의 카오 퀴 중국 담당 전략가는 "지난해 스스로 사업을 정리하고 회사 분할매각에 들어간 세계 1위 태양광 전지업체 선텍파워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며 "기업을 지방정부가 보호하고 다시 지방정부를 중앙정부가 보호한다는 중국 기업 경영의 관시가 깨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이제까지 기업을 보호했던 명분은 '고용'이다. 태양광업종의 경우도 신재생에너지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아직까지는 노동집약형 산업인만큼 고용효과가 크다. 하지만 중국 정부도 한계기업이 창출한 고용보다 한계기업으로 인한 금융 리스크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상하이차오리 담당 은행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고용을 강조하며 1월 한 차례 지원했지만 금융 리스크만 더 커졌다"며 "매각 과정에서 자동화 투자를 위해 생산직 인원을 대폭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와 은행은 최근 기업의 디폴트가 신규 자금조달비용 상승, 위안화의 가치 추가 하락, 설비투자 둔화 등의 후유증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건전한 기업 풍토를 만들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계속되는 몸집 키우기의 유혹=한계기업에 대해 중국 정부가 '포기할 수 있다'는 분명한 시그널을 주지만 중국 기업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정부가 인수합병(M&A)을 통한 업체 간 통폐합을 원하는 만큼 인수의 주체가 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태양광산업의 경우 중국 내 20~50위권 업체들은 서둘러 증설을 준비 중이다. 설비자동화 등을 갖추고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량을 확보한 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소규모 업체를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에서 돈을 번 일부 업체들 사이에서는 아예 신규로 태양광산업에 진출하려는 시도마저 나타나고 있다.

철강업체도 마찬가지다. 하이신강철이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파산했지만 아직도 민영 철강업체들은 규모가 경쟁력이라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무리한 M&A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대해 시장은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최근 중국 기업들의 달러 표시 채권 발행 금리는 5.90%. 글로벌 기업들이 평균 2.87%에 발행하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반부패정책과 기업 디폴트=기업 디폴트의 배후에는 부패가 도사리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기업인들이 빠른 속도로 부를 확장하면서 도덕적 해이도 만연했다. 1월 공개된 중국의 역외탈세자 명단에는 중국의 정치인은 물론 대표 갑부도 다수 포함됐다. 인터넷업체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 장신 소호차이나 회장, 부동산업체인 비구이위안그룹의 양후이옌 회장 등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파산한 선텍파워의 창업주 스정룽도 유령회사로 자금세탁을 한 후 돈을 빼돌렸다. 이렇게 빼돌려진 돈은 스정룽의 개인사업에 유용됐다. 당시 선텍은 지방정부에서 3,710만달러의 긴급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30억위안의 은행 차입금을 갚지 못해 파산한 하이신강철의 리자오후이 회장은 유명 여배우와 이혼하며 3억위안의 위자료를 지불해 중국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22세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철강산업보다 금융·부동산 등에 투자하며 중국 최대 민영 철강업체를 꿈꾸던 하이신강철을 파산시켰다. 디폴트 위기에 처한 롄상그룹의 회생을 가로막고 있는 장본인은 싱리빈 회장이다. 이미 싱 회장은 3월 산시성 타이위안공항에서 베이징 공안에 체포됐다. 어떤 이유로 체포됐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투자자를 찾는 과정에서 기존의 정치인과의 커넥션이 반부패정책에 걸린 것 아니냐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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