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은 와인이 아닐까. 구력이 높다고 다 잘 칠 수는 없는 게 골프이듯 와인도 오래됐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최고 역사의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오픈의 트로피 '클라레 저그'도 보르도산 레드 와인을 담는 술주전자라는 뜻이다. 와인을 담는 술병이니 축배 용도로 제격인, 트로피에 적절한 이름이다. 브리티시오픈의 '원조' 트로피는 트로피가 아니었다. 챔피언 벨트였다. 3년 연속 우승자가 벨트를 영구 소유하게 되면서 지난 1873년 클라레 저그가 탄생했다. 클라레 저그 진품은 1928년부터 영국왕립골프협회(R&A) 클럽하우스에 보관돼 있고 시상에는 복제품이 쓰인다. 그마저도 다음 대회 우승자에게 물려줘야 해 반납은 필수다.
미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 '베린저(Beringer)'도 골프와 밀접하다. 1876년부터 현재까지 139년 동안 미국 와인의 아이콘 지위를 지키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는 역사적인 와이너리다. 베린저 와인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모두가 저명한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선정하는 '올해의 와인'에 뽑혔다. 레드와 화이트 둘 다 와인 스펙테이터 선정 올해의 와인으로 뽑히기는 베린저가 세계 최초이자 유일이라고 한다.
한해 생산량이 8,500만병에 이르는 베린저는 미국의 유명한 와인 산지 나파밸리에서도 최고·최대의 와이너리로 손꼽힌다. 베린저로 인해 나파밸리의 이름이 세계에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린저는 지난 2010년에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공식 와인으로 선정됐다. 이때부터 PGA 투어를 넘어 '골퍼들의 와인'으로 유명해져 국내에서도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 롯데칸타타 오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SK텔레콤 오픈 등 대회들의 공식 와인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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