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성장률 둔화가 주요 국가의 수출 성장률 약화로 연결되면서 다시 미국 경제가 침체하는 악순환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월가 전문가들은 지난 3월 미국의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인 610억 달러에 달하면서 약달러 구조가 굳어지고 있으나, 세계 경제 둔화로 미국의 무역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 월가(街) 등 국제 금융시장에 따르면 세계 경제 불균형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유럽과 일본 경제의 성장둔화가 미국 수출제품에 대한 수입수요를 떨어뜨려 미국 경제가 약화되는 부메랑식 침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미제조업연맹(MAPI)은 2일(현지시간) 미국의 수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8%에서 5.7%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달러약세로 미국의 수출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유럽과 일본의 경기둔화에 따른 수입수요 감소로 상쇄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MAPI의 클리프 월드만 경제학자는 “올해 미국 수출증가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유럽과 일본, 특히 미국의 최대 교역국인 캐나다 경제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캐나다 등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수준까지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럽과 일본의 경제성장이 당초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라며 30개 회원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출 계획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OECD 국가들은 올해와 내년 각각 2.8%, 3.0% 성장률에 머물러 지난해 11월 전망치 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이들 국가의 내수소비 감소와 기업수익 둔화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 둔화로 미국 경제의 추진동력인 수출의 성장탄력(2004년 8.6% 증가)이 급격하게 약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기회복이 더뎌지고 있어 미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도 대미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내수에 치중하는 등 생존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보다는 내수진작에 치중하는 등 무역정책의 기본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의 김선배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가 수출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스스로 성장을 일궈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미국 경제 둔화로 아시아의 경제정책이 궤도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수출 약화에 따른 미국 경제의 성장둔화가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큰 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의 대표적인 수출중심 경제인 한국의 경우 수출증가율이 3월 13.5%, 4월 7.7%로 지난해 월평균 30%에 비해 크게 위축되고 있어 내수부양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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