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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07] 독일통일 17년…옛 동독지역 가보니

곳곳에 텅빈 건물… '통일 후유증' 보는듯<br>높은 실업률·주민들 일자리 찾아 이탈<br>"동서 경제격차 해소 20년이상 걸릴것"

동·서 베를린의 경계선이었던 브란덴부르크문.

베를린에서 두시간가량 아우토반(고속도로)을 달려 도착한 작센안할트주(州)의 도시 할레. 옛 동독 지역인 할레 시내는 베를린과 달리 곳곳에 텅 빈 건물이 눈에 띄었다. 번듯한 산업기반시설이 없다 보니 주민들이 서독이나 주변 국가의 산업도시로 끝없이 빠져나가고 있다. 독일 통일 직후 헬무트 콜 당시 총리는 “옛 동독을 ‘꽃피는 땅’으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17년이 흐른 2007년 현재까지도 꽃이 만개하기에는 얼어붙어 있는 땅이 너무 많다. 독일 연방 통계청 집계와 노동청 조사에 따르면 현재 동독 지역 실업률(14.4%)은 서독 지역(7.0%)의 두 배가 넘고 일자리를 찾아 서독이나 주변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동독 주민만 무려 150만명에 이른다. 또 옛 동독 지역에 있는 대기업 수준의 근로자 500명 이상 기업은 서독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1990년 동ㆍ서독 통일 이후 옛 동독 지역에 대한 집중 투자와 개발 노력으로 동서 간 경제력과 생활수준 차이는 어느 정도 좁혀졌다. 하지만 양 지역의 질적 통합에 이르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동독 재건을 담당하는 볼프강 티펜제 독일 교통장관이 올 9월 발표한 독일 통일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옛 동독 지역 1인당 경제력은 서독 지역의 67% 수준이고 납세력은 37.8%, 근로자 수입은 77%에 머물고 있다. 티펜제 장관은 “동독 주민들의 삶의 질이 서독 주민을 따라잡으려면 앞으로 최소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통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뮌헨 경제문제연구소의 한스베르너 신 소장도 “꽃피는 땅은커녕 경제 부흥의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며 “옛 동독 지역은 자칫 이탈리아 남부의 빈곤지대처럼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할레 경제연구소(IWH) 거시경제학장인 우도 루드비히 박사는 이에 대해 “경제력과 빈부의 격차를 너무 가볍게 봤다”고 지적했다. 1995년 동독 지역에 대한 지원을 규정한 ‘연대협정’을 시행한 이래 매년 약 750억유로의 자금을 동독 지역으로 이전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동독 지역 5개 주는 2004년 말 시한이었던 연대협정 연장을 요구해 연방정부와 16개 주는 2001년 재정 지원을 오는 2019년까지 연장하는 ‘연대협정Ⅱ’를 체결했다. 루드비히 박사는 동ㆍ서독 경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동독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거나 옛 동독 지역의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는 독일의 선례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하나. 루드비히 박사는 “개성공단이라는 특수지역에만 국한할 게 아니라 북한 사람들이 직접 시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경제시스템 작동을 보고 배우게 해야 한다”며 “(남한이) 지원을 하되 북한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ㆍ서독 경제를 일대일로 통합하려고 한 점과 국가에서 통제했던 동독 기업들을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시장경제에 편입시켜 경쟁하게 했던 게 독일 정부의 실책”이라고 지적하며 “남한이 지원을 하되 북한이 경제적인 자립을 통해 남한 수준에 맞춰 따라올 수 있게 하는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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