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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FTA 총대까지…

“정부 내에서도 명확한 입장이 정해진 것도 아닌 듯한데. 결국 재계가 앞장서 총대를 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최근 기자와 만난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관련, 정부의 미묘한 분위기를 전하며 이렇게 어려운 입장을 털어놓았다.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의 미래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시민단체와 노조는 물론 일부 언론까지 FTA의 문제점을 들어 대반격에 나서자 정부도 곤혹스러운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국가 대사를 졸속으로 처리하려 한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때문에 정부가 이제라도 광범위한 여론 수렴을 통해 최대한 국민의 의사를 수용하는 게 바람직할 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재계에 또다시 일정 역할을 맡기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FTA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 여론몰이에 나서라는 무언의 압력이 눈에 띄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단체들이 FTA와 관련된 각종 세미나와 설명회 등 숱한 행사를 갑자기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당장 경제 5단체의 부회장들은 6일 오전 조찬 회동을 갖고 FTA 추진을 위한 산업계의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단체 차원에서 한미 FTA 지지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등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대한상의는 5일 산업자원부와 공동으로 회의를 갖고 ‘민간 공동 대응전략’이라는 청사진을 새롭게 내놓았다. 양측은 앞으로 군산ㆍ구미 등 전국을 돌며 업종별 대책회의를 갖고 한미 FTA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분위기 확산에 나설 예정이다. 전경련도 이미 ‘업종별 대책회의’를 구성해 한미 FTA 성사를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물론 기업들이 앞장서 한미 FTA를 성사시키고 반발 여론을 무마하려는 노력 자체는 나쁠 게 없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찬반 양론이 엇갈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제대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터에 또다시 기업들을 앞세워 여론몰이에 나서려는 듯한 잘못된 행태가 되풀이될까 우려된다. 애꿎은 기업들만 바람막이로 내세웠다 행여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렇잖아도 국내 기업들은 상생이니 사회 공헌이니 해서 이래저래 신경 쓸 일도 많은 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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