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낯선 사람보다는 가까운 사람에게 주기 쉬운 게 상처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핀잔을 듣고 나면 집에서는 내색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결국 부모나 남편, 부인에게 은근 슬쩍 날이 선 말들을 내뱉는다. 애인이나 친한 친구도 마찬가지. 오랜 연인 사이가 되고 나면 속상한 일 있다고 털어놓는 남자 친구, 혹은 여자 친구에게 다정하게 위로의 말 건네기 보단 "그러게 평소에 잘 좀 하지" 툭 거친 대답을 던지고 만다. 지난해 연말 서점가에 나와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오른 '청소부 밥'은 굳이 분류하자면 처세서에게 속한다. 하지만 단순 분류는 조금 아쉽다. 이 책 기획자인 '한국의 부자들' '배려' 등 베스트셀러 작가 한상복씨의 말을 빌리자면 청소부 밥은 "일상의 경쟁에 지친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경쟁에서 살아 남아 성공할 것인가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 대신…지나치게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발견하게 하고 그 가치들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고 있었는지 깨닫게 할 뿐"이다. 승리나 성공하는 처세보다는 인생을 즐기고 음미하는 법을 일깨워주는 책이란 의미다. 하지만 에둘러 돌아가고 있을 뿐이지 인생을 즐기고 음미하다 보면 결국 그것이 성공이나 승리로 이어진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매일 일에 쫓겨 기진맥진한 젊은 CEO 로저는 사무실에서 만난 청소부 '밥'에게서 인생을 변화시켜 주는 '여섯 가지 지침'을 전수 받고 새롭게 변화한다. 여섯 가지 지침은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배운 것을 전달하라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삶의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라 등이다. 그저 두세 줄 정도 짧은 문장으로 써 놓으면 별게 아닌 충고에 불과하지만 저자 토드 홉킨스와 레이 힐버트는 청소부 밥과 젊은 사장 로저의 가족사를 섞어가며 생활 속 금언으로 만들었다. '지쳤을 때 재충전하라''가족은 짐이 아니다'는 조언은 설 연휴기간 귀성 길에 호주머니에 꼭 넣어갈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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