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침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공조해 러시아뿐만 아니라 러시아산 석유 수입국까지 제재 대상에 올려 자금줄을 틀어 막는 것은 물론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에 대한 2단계 제재를 시행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러시아에 직접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러시아산 석유와 제품을 수입하는 제3국에도 관세를 적용하는 ‘2차 관세(세컨더리 제재)’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문제 삼아 인도에 기존 관세(25%)에서 추가 25%를 더한 총 50%를 부과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EU가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는 국가에 2차 관세를 부과하면 러시아 경제는 붕괴 직전까지 몰릴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추가 제재 대상에 중국을 포함하는 방안 역시 추진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EU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포함한 제3국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는 행위를 제재하도록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 된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FT는 다만 이 같은 방안이 초기 단계여서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거론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종전 협상에 러시아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며 국제 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도 드론 805대, 미사일 13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했고 2022년 전쟁 발발 후 처음 수도 키이우의 정부 청사까지 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유쾌하지 않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기념 전승절 열병식에 북중러 정상들이 모여 ‘반미 연대’를 과시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베선트 장관은 8일 워싱턴DC에서 데이비드 오설리번 EU 제재담당 특사가 이끄는 대표단과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했지만 당장 실행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US오픈 결승전 참관 후 “(푸틴과 대화를) 조만간 가질 것이다. 며칠 이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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