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5일 국민검사청구 심의위원회를 열어 금융사 정보 유출건에 대해 국민검사를 요구한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의 최종 소명을 듣는 절차를 거친 뒤 기각했다.
동양그룹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사태와 달리 신청인들이 새로운 피해나 문제점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달 5일 204명의 피해자를 모아 금감원에 국민검사청구를 했다. 한국씨티은행과 한국SC은행에서 13만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으며 농협은행과 국민카드, 롯데카드에서는 1억400만건의 고객 정보가 흘러나갔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고객 정보도 수천만건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검사 청구는 금융사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로 금융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 국민 200명 이상이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금감원은 동양 사태의 경우 지난해 10월 국민검사가 청구된지 1주일만에 전격 수용했다. 다수의 투자자들이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다양한 형태의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제기했고 투자자의 대부분이 개인 투자자로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금감원이 검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미 검사를 하고 있거나 실시한 경우는 국민검사 청구 각하 사유가 된다”면서 “예외적으로 새롭거나 중요한 사실이 있으면 국민검사가 받아들여지는데 이번 개인정보유출 건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 외에 추가로 제시된 부분이 없어 각하됐다”고 밝혔다.
그는 “동양 사태의 경우 피해자들이 증빙까지 첨부해 국민검사를 청구한데다 건별로 사례가 달라 국민검사가 필요했다”면서 “그러나 개인정보유출 건은 자신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으니 검사해달라는 내용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 대표는 “금융당국이 국민검사 청구 심사 기한인 한 달이 다 돼서야 신청인을 불러 이번 개인정보유출 건이 국민검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했다”면서 “사안의 중요성을 보면 동양 사태보다 심각함에도 기각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원은 이번 금융사 정보 유출에 따른 확실한 피해자 100여명을 모아 공동 소송에서 이긴 후에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에 공개적으로 책임론을 거론할 방침이다.
이와 반대로 감사원은 국민감사청구를 받아들일 전망이다.
감사원은 금융소비자원,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등 시민·소비자단체가 국민감사를 요구하자 자료 수집에 돌입했다. 감사원은 내달 7일까지 자료 수집을 마친 뒤 중순께 본 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익감사청구 건에 대해 자료 수집을 하는 것은 감사원이 감사를 나오겠다는 의미”라면서 “금융당국도 내부적으로 감사받을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금융당국의 카드사 내부통제 감독 및 검사 부실 여부, 금융사 고객 정보 관리 실태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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