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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뷰] 알면 알수록 두려운 '권력의 실체'

권력의 법칙 / 로버트 그린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br>동서양의 권력자들 사례 치밀하게 분석<br>권력게임서 생존방법등 현실감있게 설명


20세기 초 중국에 리쭝우(李宗吾) 라는 사람이 있었다. 자칭 후흑학(厚黑學)의 대가라 칭하며, 중국 역사에 등장한 모든 권력자들은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시커먼 자'들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중국의 영웅들 중에 겉으로는 온화하며, 넓은 마음으로 경세제민을 실천한 사람들일수록, 가장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은 사람이라고 했다. 아마 중국 역사에서 권력의 원리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파헤치며, 그 본성을 까발린 사람은 전무후무 할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서양은 달랐다. 이미 마키아벨리가 냉혹한 권력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했고, 니체 이후 수많은 철학자들도 '권력'이라는 주제를 사유의 도구로 삼아왔다. 아마 유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동양문화에서 덕치(德治)라는 개념을 정면으로 부정하기는 어려웠던 탓일 것이다. 그래서 전술한 '리쭝우'는 권력에 대한 당대의 명저를 남기고도, 그리 큰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잊혀져 버렸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살아 남았다. 동서 정치체제가 급속히 서구화 되었고, 그에 따라 권력을 쟁취하는 수단과 방법이 동서가 그리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탓으로 마키아벨리는 동양에서도 그 진가를 인정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화가 잘 이루어지고 민주주의가 안착된 서구와 체제가 변했다고 해도 아직은 유교적 정서가 면면히 이어지는 동양의 권력관계를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과거 군주시대의 논리로는 부족하고 허전했다. 사회는 다원화되고 과거 초야권까지 가진 절대군주에게 집중되었던 권력은 시장ㆍ직장ㆍ사회단체ㆍ가정으로 분할됐고 권력들은 곳곳에서 분화되고 새로운 또아리를 틀었기 때문이다. 결국 '군주론'이건, '순자'이건, '후흑'이건 간에 '현재'의 권력과 그 힘의 원리를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후 우리가 접해온 권력에 대한 이야기들은 지극히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부스러기들 뿐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권력을 이해하기 위해 나폴레옹, 혹은 넬슨ㆍ한니발ㆍ카이사르의 전기를 읽으며 영감을 얻고자 했고, 심지어는 융의 심리학이나 전사(戰史)를 뒤지며 그들을 따라 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말대로 그것은 단지 과거일 뿐이었다. 이때 등장한 책이 '권력의 법칙'이다. 이 책은 냉혹하다. 동서양의 권력자들을 사례로 분석하고, 권력의 추구 뿐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살아 남거나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을 치밀하게 고증하고 분석했다. 그 동안 사람들이 수십권, 수백권의 책을 서가에 쌓아두고 찾아내려고 하던, 그 핵심적인 메시지들을 뽑아내어 교차시키고 연결시켜 권력이란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 권력의 게임에서 생존하고, 나아가서는 권력을 잡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설명해준다. 특히 편집이 탁월해 책의 순서대로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그 동안 알고자 애써왔던 '권력'이라는 비밀의 문이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음을 문득 깨닫게 만든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소위 '처세서'류와 다르고, '전기'나 '고전잡기'등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은 그냥 '권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독자의 눈앞에 '현실'로 펼친다. 다만 한편으로는 이런 점이 두렵기도 하다. '혹시 내일 내가 만날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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