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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어깨 무거워진 반기문 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공식적으로 재선 출마를 선언한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유엔본부에는 반 총장에 대한 칭송과 지지가 넘쳐흘렀다. 이날 오전 반 총장과 아시아그룹 53개국 대사의 조찬에서는 발언의 기회를 얻은 30여개국의 대표들이 경쟁하듯 반 총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숫자가 많고 문화 인종적인 배경이 달라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렵기로 유명한 아시아그룹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이라크ㆍ파키스탄ㆍ스리랑카 등 전쟁ㆍ기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의 대표는 반 총장의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반 총장에 대한 세계 각국의 지지는 하루 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다. 2008년 5월 서남아시아의 미얀마에 열대폭풍 나르기스가 덮쳐 14만5,000여명의 인명을 앗아갔을 때의 일이다. 세계는 가난한 독재국가의 재난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미얀마의 군부는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날까 두려워 문을 걸어잠그고 있었다. 반 총장은 아시아 각국 대사들을 관저로 불러 미얀마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청했다. 그리고 국민의 재난에 무심한 미얀마의 군부를 설득하기 위해 양곤을 찾아 군부 실세와 독대해 죽어가는 당신들의 국민을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결국 미얀마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였다. 반 총장을 옆에서 지켜본 유엔 관리들은 "지난 4년 동안 정말 꾹 참고 열심히 일했다"고 말한다. 특히 가난한 국가의 인도주의적 일에는 발벗고 나섰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엄청난 집념을 보였다. 2007년 발리 기후변화회의가 주요국의 이견으로 좌초할 위기에 처하자 회의 일정을 미리 끝내고 동티모르에 가 있던 반 총장이 유엔의 털털거리는 프로펠러기를 타고 다시 회의장을 찾았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유엔 사무총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서방 언론들의 달갑지 않은 비판에 직면해서도 맞받아치기보다는 일과 성과로서 증명해 보이고자 했다. 5년간의 새 임기를 맞게 되는 반 총장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 경찰국가 노릇을 했던 미국이 휘청거리면서 국제질서의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채울 수 있는 유일한 국제기구가 유엔이다. 반 총장은 이날 출사표를 던지면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강한 유엔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연초부터 불어 닥친 중동의 민주화 바람 고비고비에서 단호한 모습을 보였던 그였다.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의 수호자로서 유엔 사무총장의 리더십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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