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쿵쿵쿵 탁탁탁"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 내의 삼성물산 주거성능연구소 301호. 연구원이 타이어를 매단 중량음 충격원(bang machine)의 전원을 켜자 기계가 바닥을 힘껏 내려치기 시작했다. 쿵쿵거리는 소음이 마치 어린아이가 집안을 뛰어다니는 것과 비슷했다. 옆에 있는 경량음 충격원 '태핑 머신(tapping machine)'을 가동하자 이번에는 여성이 하이힐을 신고 마룻바닥을 걸어다니는 듯한 둔탁한 소음이 요란했다. 이들 기기는 기둥식이나 벽식 구조의 바닥 충격음을 측정하는 장비다. 아파트 층간 소음을 줄이는 완충재 개발에 활용된다.
아파트 입주자는 물론 건설사들에는 층간 소음 문제가 골칫거리다. 아무리 신경 써서 아파트를 지어도 층간 소음을 완벽하게 해소하기 어렵다. 이민형 삼성물산 주택엔지니어링팀 부장은 "현재 법적 기준보다 10㎜ 더 두꺼운 완충재를 사용해 아파트를 짓고 있지만 완벽하진 않다"면서 "지속적인 실험과 검증을 통해 오는 2015년까지 1등급 기준의 층간 소음 기술을 개발, 래미안에 적용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문을 연 삼성물산 주거성능연구소는 단열과 방수ㆍ소음ㆍ환기ㆍIT 등 주거성능과 관련된 실험과 검증을 집중적으로 수행한다.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2,916㎡ 규모의 연구소에는 건축비만 54억원이 투입됐다. 5개의 실험실과 실제 주택과 세대 샘플(unit) 6가구를 갖췄다. 석ㆍ박사 각 5명씩 11명의 연구인력 중 4명이 상주하며 총 55개 항목에 걸쳐 실험과 검증을 수행한다. 연구장비만 38가지에 달한다. 독자시설을 갖춘 주거성능연구소를 보유한 건설사는 국내에서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단열 실험실은 영하 17~18도의 저온실과 19~24도의 항온항습실 등 실제와 동일한 조건에서 창호나 벽면에 발생하는 결로현상을 방지하는 성능을 실험한다. 특히 지하 1층~지상 1층 규모의 소음실험실이 눈길을 끌었다. 지하 1층에 벽식ㆍ무량판ㆍ라멘 구조의 건물을 지어놓고 그 위에 15톤 무게의 슬래브를 크레인으로 옮겨 씌운 뒤 슬래브에 충격을 가해 두께와 종류에 따른 바닥 충격음 성능을 비교하는 시설이다.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만 있는 장비"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실험을 통해 확보한 주택기술을 실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검증하고 반입 자재를 테스트하기 위해 미니밴을 개조한 이동식 실험실도 운영한다.
앞서 지난 2009년 미래주택 건설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소 인근에 '그린 투모로우'를 개관한 삼성물산은 다음달 송파구 문정동에 관련 기술을 전시하는 '강남 래미안 갤러리'를 개관한다. 강남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분양하는 '자곡 래미안' 등 분양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로도 활용되는 강남 래미안 갤러리는 조립식이 아닌 반영구적인 시설로 지어진다.
최남철 삼성물산 주택공사팀 상무는 "주거성능연구소와 그린 투모로우를 연계해 2015년까지 단열과 방수ㆍ소음 등 주거성능 분야에서 최고 등급의 기술력을 확보해 래미안 단지에 적용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