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애들도 회장 선거할 때 쓸데 없거나 실현 불가능한 것은 공약 안 하는 게 기본이에요."
4ㆍ11 총선 격전지의 여론동향을 듣기 위해 방문한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30ㆍ40대 엄마들의 얘기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이들이 보기에도 여야 정치권이 쏟아내는 총선 공약이 허황되기 그지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TV토론회에 나올 때면 '우리 국민', '우리 국민'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를 바보로 아나 보다", "무상급식은 왜 건드리나. 표를 위해 애들을 볼모로 잡는 것은 잔인하면서 유치하다"며 정치권의 성토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한 주부는 지난번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다는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경제가 어렵고 경제 살린다고 해서 뽑았는데 대기업만 잘됐지 일자리는 없어지고 누구 하나 덕 본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 비판의 핵심이다.
야당에 대한 비판에서도 한치의 가감이 없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그쪽 사람들이 엄청 해먹었다. 결국 그들도 지금 새누리당이랑 별다르지 않다. 차라리 감투를 만들지 않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다."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30대 초반의 한 청년도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정치에 이념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얼마큼 유능한가이다. 현실의 문제는 정치권이 흑백으로 가르는 만큼 간단하지 않다"며 "그래도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이중에서 고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포함해 12월 대선까지 선거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선거구도로 보면 30ㆍ40세대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중추로서 각 분야에서 나름의 식견을 갖추고 있다. 결국 선거 결과는 "나와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이들 중간층과 중산층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러나 30ㆍ40 세대는 정치권이 쉽게 볼만큼 무모하거나 고루한 세대가 아니다. 이 같은 복잡한 심경을 갖고 있는 30ㆍ40에 정치권은 어떤 답을 내놓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 4월은 말해줄 것이다. 또 그 결과는 12월 대선에서도 기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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